추워지면 가팔라지고, 따뜻해지면 완만해지는 '이것'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 고건축물 지붕의 기울기가 수천년에 걸쳐 기후변화에 따라 가팔라졌다가 완만해지기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난징대 연구팀이 밝혀냈다.
연구팀은 중국 중부와 동부 북쪽 지역에 남아 있는 공공 건축물 200여채의 지붕 기울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중국에서 기후변동이 과거 1천년 동안 지붕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기 위해 아주 정밀한 고기후 자료와 200여 건축물의 지붕 기울기를 비교 분석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난징대 연구팀 200여 전통건축 분석
한랭기엔 가파른 지붕으로 강설 대비
따뜻한 시기엔 기울기 다시 완만해져
중국 고건축물 지붕의 기울기가 수천년에 걸쳐 기후변화에 따라 가팔라졌다가 완만해지기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난징대 연구팀이 밝혀냈다.
연구팀은 중국 중부와 동부 북쪽 지역에 남아 있는 공공 건축물 200여채의 지붕 기울기를 분석했다. 이곳은 잦은 기후변동에 노출돼온 중국의 주요 전통문화 지역이다.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각) “중국에서 기후변화는 건축물에서부터 왕조의 흥망을 가른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국 고대인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축 설계를 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중국에서 기후변동이 과거 1천년 동안 지붕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기 위해 아주 정밀한 고기후 자료와 200여 건축물의 지붕 기울기를 비교 분석했다. 경사지면서 곡선을 띤 지붕은 중국 전통 건축의 특징이다. 중국 중부와 동부 북쪽 지역에는 당나라 중기부터 청나라 중기에 걸쳐 잇따라 지어진 공공 건축물들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 이곳은 반습윤 지역으로 기후 민감도가 높고 겨울과 여름 몬순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은 “이 지역은 기후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아 기후변화가 중국 전통 건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기온이 내려가는 추운 시기가 되면 30년 정도의 지연을 거쳐 지붕의 기울기가 가팔라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체적으로 한랭한 시기(1100∼1200년, 1300∼1750년 소빙하기)에 지붕은 더욱 가팔라졌고, 반면 유럽의 중세 온난기와 겹치는 따뜻한 시기(1200∼1300년)에는 지붕 기울기가 훨씬 완만해졌다.
산시성 핑순에 있는 사찰 용문사의 건물들이 이런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제시했다. 이곳에 보존돼 있는 건물 5채 가운데 4채는 925년부터 1504년 사이 각각 한랭한 시기와 온난한 시기에 신축되거나 개축됐다. 송나라(960∼1297년) 때의 건축 기준 고서에 따르면 용문사 건축물 지붕의 ‘길이 대비 높이 비율’(HSR)은 27% 이하여야 하는데, 한랭한 시기에 지어진 두 건물은 각각 29.67%(1098년), 30.50%(1498∼1504년)로 지붕 기울기가 가팔랐다. 반면 온난한 시기에 지어진 다른 건물은 26.92%(1271∼1294년)로 훨씬 완만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이날치에 실렸다.(DOI : 10.1126/sciadv.abh2601)
논문 제1저자인 난징대의 리시양은 “지붕의 기울기는 폭설 피해를 줄이려 가팔라졌을 것이다. 이는 인간 사회가 수세기에 걸쳐 일상생활에서의 기후변화 영향에 어떻게 적응해왔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글래스고예술대의 플로리언 어반 교수(건축사)는 비영리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과 시기에 지붕이 더 가파르게 지어졌다는 것은 증명하기 어렵지 않아 학계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날씨의 변화와 지붕의 각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뜻한 시기에 지붕이 덜 가파르게 되는 이유 곧 평평한 지붕이 더 비용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시대의 명대사로 남은 “아프냐, 나도 아프다”
- 이재명 “기대했던 것 이상 지지받아…마지막까지 최선 다하겠다”
- 김기현 “공수처, 박지원-조성은 만남 즉각 수사하라”
- [논썰] 갈수록 짙어지는 의혹…윤석열 ‘대선 가도’ 직격탄 맞나
- “화장실 다녀오겠다”…소청도 실종 해경, CCTV 사각지대서 사라져
- “이런 일 다신 없어야죠”…9·11 때 식료품점 통째로 내준 윤건수씨
- ‘세계 150위’ 라두카누, US오픈 우승…세계 테니스 역사를 바꾸다
- 티빙에서 ‘tvN 드라마’ 못 보면, 결국 어디로 갈까
- 탈레반이 왔다, 세계가 우릴 버렸다, 그리고 한국이 손을 내밀었다
- “남조선 군살이 실상 깡그리 파헤쳤다”…북 매체도 ‘디피’ 조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