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벽돌책] 누가 살만 루슈디를 투사로 만들었나
34세에 맨부커상을 받으며 일약 스타가 된 젊은 소설가가 있다. 인도 출신인 그는 어린 나이에 혼자 영국으로 유학을 갔고, 가족은 얼마 뒤 파키스탄으로 이주했다. 가족이 이민한 이유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그는 소설을 통해 스스로를 설명하고 싶었다. 그 야심작을 쓰는 데 5년이 걸렸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자란 그는 이 소설에서 이슬람에 대한 고찰과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뒀다고 여겼지만 책이 나오자 무슬림들은 격분했다.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었고, 다들 ‘이슬람을 모욕한 책’이라는 말만 믿고 저자를 저주했다. 마침내 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에게 저자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살만 루슈디, 그리고 20세기 최대 필화 사건으로 꼽히는 ‘악마의 시’ 이야기다. 루슈디는 이름을 바꾸고 영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13년 동안 숨어 살았다. 그때 썼던 가명은 824쪽짜리 자서전 제목이 되었다. ‘조지프 앤턴’(문학동네).
화끈하고 감동적인 책이다. 기본적으로 스릴러이며, 오만하고 겁 많고 세속적인 글쟁이가 투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인간 드라마이기도 하다. 3인칭으로 서술되는 루슈디가 고결한 순교자 타입이 아니라서 더 재미있다.
그는 혼란에 빠지고, 자책하고, 자식을 만나지 못해 괴로워한다. 이슬람 지도자들과 화해를 시도하다 지지자를 잃고, 인신공격에 분을 삭이지 못한다. 오래도록 글을 쓰지 못하면서 자신이 여전히 작가인지 회의에 빠진다. 이혼하고 재혼하고 바람을 피운다.
‘악마의 시’ 논쟁에서 루슈디의 반대편에 섰던 이들 중에는 쟁쟁한 서구 지식인들도 있었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문화와 타인의 감정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정치적 올바름의 시대에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지는 지점이다.
책을 펴낸 문학동네 출판사는 루슈디의 저작을 꾸준히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루슈디뿐 아니라 번역가와 출판사에 대한 위협도 많았는데, 그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그렇게 묻자 담당 편집자는 “걱정은 모르겠고, 꼭 나와야 하는 책들이었다”고 대답했다. 장강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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