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집행 안된 예산' 3000억 끌어쓴다
더불어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지급 후 일주일도 안 돼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88%에서 90%로 확대하겠다고 한 것은 애초에 재난지원금 지급 설계가 정치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정치적 결정에 따라 지원 대상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급 기준도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건강보험료를 토대로 하위 88%를 선정하면서 코로나 피해 상황이 전혀 반영될 수 없었다는 평가다.
지급 대상을 90%로 확대할 경우 국민 2%에 해당하는 약 100만명이 지급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우선 혼인·출산 등으로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있거나 최근 소득이 줄어든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추가 예산은 최대 3000억원 정도가 들 것이란 게 여당의 주장이다. 지난 7월에 통과된 추경안 규모가 34조원에 달해 불용예산 등을 이용할 경우 전체의 1% 수준인 3000억원은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산 전용은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애초에 지급 설계 자체가 잘못돼 시작부터 혼란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이다 보니 끝까지 퍼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의신청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 것이냐는 것은 여전히 문제다. 재난지원금 신청은 지난 6일 시작해 오는 10월 29일까지 받는다. 권익위에 하루 평균 약 1만3000건의 이의신청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면 최종 이의제기 건수는 단순 계산으로 60만여 건에 달할 수도 있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신청자 약 40만명이 가족 구성원 변경 등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일정한 기준이 아닌 이의제기에 따라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의신청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90%까지 늘려도 91%, 92% 등 억울해하는 국민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렇게 임기응변으로 정책을 하다 보면, 앞으로도 툭하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지원금 지급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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