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車 블랙박스에 딱 걸린 교통위반 신고 300만건.. 경찰 "감당이 안되네요"

유종헌 기자 2021. 9.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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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곽모(37)씨는 지난달 휴가차 들른 제주도에서 과속하는 앞 차량에서 어린이가 선루프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곽씨는 동승한 아내에게 “스마트폰으로 찍어달라”고 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서 담당자는 “촬영 시간이 명확하지 않다” “신고자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한 것 아니냐” 등 여러 이유를 대며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곽씨가 항의하자, 경찰은 “내가 하루에 신고를 100건씩 처리하는데 어떻게 모든 걸 다 단속하느냐”고 털어놨다고 한다.

차량 블랙박스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교통법규 위반 신고가 급증하면서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법규 위반 공익 신고 건수는 212만8443건. 135만여 건이 신고된 2019년 대비 59% 급증했다. 올해는 7월까지 접수된 것만 162만건으로, 연간 300만건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경찰은 비상이 걸렸다. 7월 말 현재 이런 신고를 전담하는 전국 경찰은 462명. 1인당 연간 6000건 이상의 신고를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영상 길이가 짧다’ ‘시간이 명확하지 않다’ 등의 이유로 사건 처리를 미루거나 각하하는 일도 곧잘 벌어진다. 경찰청은 손쓰기 어려울 만큼 신고가 쏟아지자, 차주(車主)가 아닌 운전자를 직접 불러 조사해야 하는 범칙금 사안은 ‘경고’ 처리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부터 울산경찰청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처럼 교통법규 위반 공익 신고가 급증한 것은 최근 블랙박스 설치가 보편화했고, ‘스마트 국민신고’ 앱 도입으로 신고도 쉬워졌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등에는 본인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교통법규 위반 차량 영상과 함께,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소위 ‘참교육 인증’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신고 행위를 ‘상품권 보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과태료·범칙금 고지서를 보낸다는 뜻이다.

경찰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익 신고 담당은 말 그대로 ‘곡소리 나는 자리’”라면서 “신고가 휴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매일 쏟아지다 보니 담당자가 휴가도 못 갈 지경”이라고 했다.

울산경찰청이 이달부터 공익 신고 중 범칙금 처분만 가능한 교통법규 위반 항목은 ‘경고 조치’만 하고 종결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로 변경 위반, 운전자 안전벨트 미착용, 안전거리 미확보 등이 대상이다. 차주에게 부과하는 과태료와 달리 실제 운전자에게 부과해야 하는 범칙금은 현장 적발이 아닌 경우 운전자가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운전자가 출석을 거부하면, 관할 경찰서에서 소재지를 파악해 즉결심판에 넘겨야 하지만 상당수 경찰서에선 이런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량 폭증으로 소재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다 보니 순순히 경찰서에 나오는 시민만 범칙금을 부과받고, ‘배 째라’는 식의 운전자들은 처벌을 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대한 위반이 아닐 경우 법 집행 형평성을 고려해 모든 시민에게 범칙금 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경찰은 시범 운영 결과에 따라 이 조치를 연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현재 사람이 맡고 있는 교통법규 위반 공익 신고 분류 작업에 AI(인공지능)를 도입하는 방안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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