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의식, 1인가구 지급대상 석달새 2차례 확대

김정훈 기자 2021. 9.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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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워맞추기 재난지원금 기준

국민 하위 88%에 대한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난 6일 이후 지원금 지급 기준에 대한 불만과 이의 신청이 쏟아지고 있다. 1인 가구 지급 기준이 대표적이다. 애초 연 3948만원 이하를 버는 1인 가구에 지원금을 주려던 정부 계획은 여당과 협의를 거치며 5800만원으로 2000만원 가까이 상향됐다. 하지만 1인 가구 상한선인 5800만원보다 적게 버는 은퇴 2인 가구는 주택을 소유해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있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여당과 정부는 이의 신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지원금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사정이 억울해도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애초 국민 대다수에게 선별적으로 현금을 주겠다는 정책 설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 접수를 사흘 앞둔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에 한 주민이 국민지원금 관련 이의신청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고무줄처럼 늘린 1인 가구 소득 기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에서 탈락한 직장인 이모(26)씨는 자신의 직장 동기가 재난지원금 대상자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4700만원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이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 4인 가구로 집계돼 지원금을 못 받고, 동기는 혼자 살아 지원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씨는 “집에 돈이 없어 부모님과 함께 사는데 지원금 없고, 형편이 그나마 나아 한 달에 80만원짜리 월세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은 지원금을 받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6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중위소득 180%, 즉 전체 가구를 소득 순서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의 1.8배 이하를 버는 가구를 소득 상위 80% 가구라고 보고 제도를 설계했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1인 가구는 연소득 3948만원 이하만 지급 대상이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경우 홀로 사는 노인이나 저소득 청년 가구가 많아 다인 가구에 비해 중위소득이 더 낮은 편이라, 혼자 살면서 직장에 다니는 경우 지급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당정은 부랴부랴 7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1인 가구의 연소득 기준을 5000만원으로 높였다. 기존 기준보다 100만 가구가 더 혜택을 받게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추경 통과 후 정부가 다시 계산한 결과 재난지원금을 받는 1인 가구를 100만 가구 늘리려면 연소득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사실이 발견됐고, 결국 8월엔 연소득 5800만가구 1인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여당이 발표한 100만 가구 추가 요건에 소득 기준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다.

◇지역건보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불리

건강보험료 월 430원 차이로 재난지원금을 못 받게 된 구모(76)씨는 “1인 가구는 연봉 5800만원이면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노부부 둘이서 연금 수익 4200만원으로 살며 건강보험료를 24만430원 냈다고 제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돈 더 많이 번 사람이 건강보험료는 덜 내면서 지원받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역건보료와 직장건보료 산정 방식이 달라 지역건보료 가입자가 불리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직장 있는 사람들은 국세청 신고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책정되지만, 지역가입자들은 신고소득에 더해 기준시가가 수시로 변하는 주택·자동차 등의 자산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 접수를 사흘 앞둔 10일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주민이 국민지원금 관련 이의 신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건보료 기준 사각지대 발생

6월 건보료가 기준이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퇴직한 유모(38)씨는 직장 재직 당시의 건보료를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동 주민센터와 행정안전부에 문의해도 “6월 건보료가 1인 가구 기준인 17만원을 넘었기 때문에 구제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현재 소득이 없어 실업급여를 수령 중인 김씨는 “퇴직해서 소득이 없어도 안 된다고 하니 더 화가 난다”고 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애초에 전 국민 대다수인 80%에 주기 위해 형평성 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는 건보료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 문제”라며 “이왕 선별 지원을 하려면 코로나로 진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인 하위 50% 미만에만 지급했어야 했다”고 했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 나흘 만에 누적 신청 인원은 2122만명, 누적 지급액은 5조3055억원을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는 “6월 30일 이후 결혼, 출산, 퇴직, 휴·폐업 등의 사유로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 내 논의가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재난지원금 탈락에 대한 이의신청은 국민신문고 웹사이트(https://www.epeople.go.kr/)와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11월 12일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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