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4년 최영 장군, 왜 제주 정벌했나

정준희 2021. 9. 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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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
황윤 지음
책읽는고양이

오늘날 제주 여행 대부분이 ‘힐링’ 여행에 그친다. 이국적 자연경관을 보고 식도락을 누리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 집중한다. 역사학자 황윤은 제주의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며 곳곳에 숨겨진 역사의 발자취를 되짚는 여행을 제안한다. 이 책은 다양한 유적지와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고고학의 시선으로 제주를 소개하는 역사 여행 에세이다.

에세이가 주목하는 역사는 1374년 고려 말기에 일어난 ‘목호의 난’이다. 최영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314척의 배에 약 2만5000여 명의 병사가 제주도로 파견돼 목호 세력을 진압한 사건이다. 목호는 원나라에서 파견한 몽골인으로 군마를 기르는 전문 기술자였다. 원나라 멸망 후 고려는 제주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하기 위해 현지 세력이 된 목호 토벌에 나섰다. 토벌군은 약 한 달 만에 정벌을 마쳤고 제주는 고려의 지자체로 편입됐다.

저자는 목호의 난에 참가한 징벌군의 발자취를 좇아 육로와 선박을 통해 제주도로 향한다. 비행기로 약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제주지만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도착해서도 부지런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주에서 가장 컸던 항구인 명월포를 거닐며 당대 최고의 명장 최영 장군과 2만 명이 넘는 대군이 투입된 배경을 설명한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한·중·일 유물을 둘러보며 제주가 해상교역을 통해 각 문명의 다리 역할을 했음을 밝히는 등 촘촘한 역사 해설이 이어진다.

여행 에세이는 목호가 최영 부대에 쫓기다 최후의 저항을 했던 범섬에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여기서 책을 덮어서는 안 된다. 목호의 난을 주제로 한 역사소설 『갑인의 변』이 기다리고 있다. 조선 관리가 목호의 난 한가운데 있었던 제주 농민의 이야기를 듣는 증언 소설 형식이다. 저자가 에세이에서 설명한 고려 정부의 제주도민 수탈 등 역사적 사건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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