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뿐 아니라 일본·중국과 협력 강화도 중요"

한경환 2021. 9. 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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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인터뷰] 주북한 독일 대사 두 차례 지낸 토마스 섀퍼
토마스 섀퍼(Thomas Schäfer) 전 북한 주재 독일 대사는 평양에서만 두 번(2007~2010, 2013~2018년) 대사직을 수행한 북한 문제 전문가다. 베테랑 직업외교관이었던 섀퍼 전 대사는 2018년 독일 외교부에서 은퇴한 후 쓴 책 『김정일에서 김정은까지: 강경파가 어떻게 득세했는지』를 최근 펴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섀퍼 전 대사를 만나 남북한과 북한-미국 관계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토마스 섀퍼 전 주북한 독일 대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인섭 기자

Q :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결렬된 후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남북한, 북·미 관계가 올스톱된 것 같다. 언제쯤 정상화할 것 같은가.
A : “남북 간, 북·미 간에는 이전에도 원래 정상적 관계가 없었다. 지금까지 시간계획, 대화 성사 여부는 모두 북한에 달려 있었다. 북한 외 다른 나라들은 언제나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접촉의 전제로서 정치적인 목표를 제시해 왔다. 미군 철수 요구라든지 한·미 관계에 교란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든지.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지면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북한은 긴장과 유화 국면을 적절히 섞어 활용해 왔다. 3년 후 미국 대선도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등장할 것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와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나올 때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Q :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최근 영변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정황들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A : “영변원자로 재가동 뉴스가 맞는다면 긴장 관계를 다시 고조시키려는 시도일 것이다.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났을 때 원자로 가동중단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했던 그 카드를 상기시키는 이슈다.”

Q :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더 큰 도발을 할 가능성은 있나.
A : "예를 들어, 단거리 미사일 발사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그러나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 남북 통신선을 불시에 재개했다 다시 닫았는데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보나.
A : "이 또한 전략적 차원에서 나온 것 같다. 한미연합훈련과 연계해 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일시적으로 열었다가 국면이 끝나니 다시 닫은 것으로 보인다. 긴장완화하겠다는 뜻은 없고 제스처에 그치는 것 같다. 진정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Q : 최근 북한의 동향을 보면 김여정이 전면에 나서고 김정은은 한발 뒤로 물러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A : "김여정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등장해 강한 표현의 발언을 했다. 김정은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 건강이 안 좋다든지 뭔가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후계자 세우는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해 본다.”

Q : 한류 규제라든지 북한 사회 내부 통제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A : "내가 북한 대사로 있을 때도 일종의 포고령 같은 게 있었다. 어떤 것을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 식이었다. 북한은 외부문화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느끼는 것 같다.”

Q : 오랜 제재와 코로나19로 북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
A : "코로나19 초기 단계인 지난해 3월 독일을 비롯한 북한의 서방 공관들은 다 철수했다. 러시아와 중국, 시리아 정도만 남은 것 같다. NGO(비정부기구)나 유엔도 철수한 거로 알고 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렵다면 세계식량기구(WFP)나 FAO(세계식량농업기구) 등을 통해 지원요청을 했을 것이다. 아직은 그런 움직임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Q :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은 국익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의 철수와 배치를 유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A : "재래식 무기 부문에선 한국이 북한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위협이 된다. 그 때문에 한국은 동맹을 필요로 한다. 미군 철수 이야기가 혹시라도 거론된다면 이는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의 도발이 더 강해질 수 있다.”

Q : 그런 점에서 한국은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A : "북한은 2012년부터 미군 철수 등 정치·군사적 요구를 강하게 해 오고 있다. 그 이전엔 경제적 반대급부 요구가 많았다. 게다가 미국의 고립주의, 비개입주의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그렇다. 유럽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이웃나라 일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도 물론 중요하다.”

Q : 내년 3월엔 대선이 치러진다.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A : "먼저 그 전에 긴장이 고조되는 안 좋은 단계가 올 수 있다. 그런 다음에 북한은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나 접촉, 긴장완화를 제안할 수 있다. 같은 패턴이 평창올림픽이 개최됐던 2018년에도 있었다. 북한은 중장기적 시간 계획을 잡아서 그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

Q : 독일은 통일된 지 벌써 31주년을 맞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의 통일은 기약이 없어 보인다.
A : "북한은 상당히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책과 노선을 세운다. 한국을 비롯해서 북한과 관계된 나라들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시간은 북한의 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북한 간 그리고 북한과 주변국 간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북한 사회 내 불만이 더 커질 것이다. 북한에서도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강경파도 있고 중국식 개혁을 원하는 온건파도 있다. 동독 주민들은 처음엔 독재정권에 맞서서 “우리가 시민이다”고 외쳤는데 점점 발전하면서 구호가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다”로 바뀌었다. 북한도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처음 촉발이 어려울 뿐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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