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여자 대학생이 써야하는 '니캅'은? [암호명 370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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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여성들의 교육 관련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사립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려면 여자들은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던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하겠다”면서도 여성들에 대한 규칙은 “이슬람 율법학자가 정한 대로 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죠. 현 탈레반 지도자로 알려진 하이바툴라 아쿤자다가 율법학자입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당시 여성들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했습니다. 밖에 나갈 때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어야 했습니다. 여성 혼자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물론 탈레반이 없던 지난 20년간의 세월에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은 자유롭지 못했어요. 대학 진학률이 3%밖에 안 되고, 여성 앵커가 남성 앵커와 나란히 뉴스 진행했다는 이유로 명예살인을 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 남장을 하는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이슬람의 여성 복장을 규제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서 기인합니다. ‘여성은 유혹하는 것을 보이면 안 되고, 그러기 위해 머릿수건을 써야 한다’고 언급한 구절 때문입니다. 여성의 머리카락이 ‘유혹’을 하는, ‘야한 신체 부위’로 여겨진다는 것이죠. 외부나 성스러운 공간에서 여성이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입는 의상에 여러 종류가 있어요.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 ‘샤이라’, 상체까지 가리는 ‘알아미라’와 ‘키마르’, 그리고 얼굴 정도만 보이게 하는 ‘차도르’가 있어요. 신체 노출을 최소화한 가장 높은 단계의 옷은 ‘니캅’과 ‘부르카’입니다.
2021년 탈레반은 달라졌을지, 특히 여성들에게 어떤 규칙을 요구할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예전과 달리 “여성들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여학생들은 여성 선생님, 교수님들한테만 배울 수 있죠. 남녀가 수업도 따로 들어야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남녀 사이에 커튼을 치고 수업을 듣도록 했습니다. 성별에 따라 학교에서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야 하며, 여자는 남자들이 교실에서 나가기 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탈레반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아프간 시민들은 불신하는 쪽이 더 많습니다.
최근에 아프간 수도 카불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여성의 노동권과 교육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일어났는데 탈레반은 시위대에게 최루탄 가스를 던졌습니다. 경고 사격도 했습니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은 2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걸까요. 국제부 윤기은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양다영 PD · 윤기은 기자 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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