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학습 덕후의 경험 따라해볼까 [책과 삶]
[경향신문]
외국어 학습담
로버트 파우저 지음
혜화1117 | 1만8500원
한국인 대부분은 ‘외국어 학습’이라고 하면 으레 시험, 부담 등의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의무교육 기간 등 거의 십수년을 영어에 바치지만 원활하게 구사하는 이들은 소수다. 외국어 학습을 ‘즐거움’과 연결짓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반면 이 책의 저자 로버트 파우저는 “순전히 외국어 공부가 즐겁다”는 이유로 한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독파하고 에스페란토어까지 공부한 별종이다. 그의 외국어 공부는 취미를 넘어선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구절을 일본어로 온전히 느끼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고, 교토 사투리까지 체득하는가 하면 맹자나 고전 시가를 해석하며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 책 역시 한국어로 집필했다.
전작 <외국어 전파담>이 외국어의 전파 과정에 주목했다면 이번 책은 ‘외국어 학습 덕후’로서 외국어를 학습하는 마음가짐에 주목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어를 빠른 시간 내에 독파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결국 운동, 악기처럼 외국어 역시 배우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워야 이를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어려운 성인 외국어 학습자의 경우 효율적인 학습이 중요하다. 파우저는 애매하게 거대한 목표를 상정하고 그 무게에 짓눌리기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목적을 세심하게 설정하고 이에 따라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스페인어로 일상 대화를 나누고, 신문 칼럼을 읽고 싶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의 학습담을 읽다보면 오래 마음속 한쪽에 담아두었던 외국어 학습에의 열망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부채감이 아닌 기대감에서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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