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으로 소통하는 이종 간의 사랑 [책과 삶]
[경향신문]
머드
이종산 지음 | 안전가옥
400쪽 | 1만3000원
“모든 물체는 자신만의 고유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진동수와 똑같은 진동수를 가진 음파가 와서 부딪히면 그 물체는 같은 진동수로 진동하기 시작한다.”
스무살 ‘보니’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립 식물원 ‘햇살과 그림자 정원’의 사택에서 산다. 잘 가꿔진 정원은 마치 동화 속 풍경 같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정작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보니는 사람보다 식물과 대화하는 것이 편한 외로운 존재다. 보니는 스스로를 “물속에서 살다가 육지로 이주해 터를 단단히 잡고 다른 종의 사랑도 필요하지 않은 채 그 오랜 세월 동안 음지에서 번성한” 이끼와 같다고 여긴다.
어느 고요한 밤, 형체도 소리도 없는 흙빛의 괴이한 존재가 보니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말이 아닌 ‘진동’으로, 보니는 지구에 찾아온 외계 생명체 ‘그것’과 만나게 된다.
이종산의 새 장편소설 <머드>는 진동으로 소통하는 인간과 외계 생명체라는, 두 외로운 존재의 사랑의 시작과 끝을 그린 SF소설이다. 보니에게 찾아온 이 기묘한 첫사랑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전율과 환희를 가져다준다. 동시에 보니에게 너무 다른 존재인 ‘그것’의 등장은 여러 의미에서 ‘침입’과도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니의 삶은 ‘그것’으로 인해 피폐해지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보니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나 아닌 존재의 침입’으로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과 비로소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종 간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의 이야기이자 한 인물의 성장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기쁨도 절망도 고통도 가져다주는 사랑을 통과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진동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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