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피의자 입건으로 현실화한 '리스크'..정국 흔든다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야권 대선 지형이 출렁이고 있다. 대선 6개월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의 ‘사법리스크’라는 대형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향후 수사 진행에 따라 야권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의 입지가 붕괴될 수 있다.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대상이 국민의힘 전체로 확대될 경우 높게 유지되고 있는 정권교체 여론마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보수표가 결집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공수처의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수색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을 타깃(목표물)으로 한 게 아니라 결국은 공수처가 이 사건을 광속으로 수사함으로써 야당을 겁박하고 야당 유력 대선주자를 꿇어 앉히겠다는 의도”라며 “공수처가 아니라 공범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심야에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상황은 가변적이다. 앞으로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는 미지수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론이 보수 결집과 중도층 이탈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는 지가 국민의힘 향후 대응에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수사의 핵심 쟁점은 지난해 총선 직전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김웅 서울 송파갑 후보(현 의원)에게 여권 정치인 고발장을 전달한 의혹에 당시 검찰총장인 윤 전 총장이 관여했는지 여부이다.
수사 결과 손준성 검사와 김 의원 사이 고발장이 오간 것으로 확인되면 윤 전 총장의 직접 지시 여부와 별개로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유력주자로서 윤 전 총장 입지가 흔들리면서 대세론은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 이미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이 약진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쟁구도가 윤석열 1강 체제에서 2강 체제로 재편됐다. 윤 전 총장 의혹이 대선 승리를 위한 중도층 표심과 확장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면 정권교체를 제1과제로 보는 보수층 지지율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그는 당 안팎에서 후보사퇴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이 앞으로 대선 유력 후보인 동시에 범죄 피의자로 수사기관을 오가야 하는 점도 국민의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권정당으로서 미래 비전을 보여야 하는 대선 국면에서 윤 전 총장 수사 상황이 모든 이슈와 시선을 가져가는 ‘블랙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부터 ‘윤석열 불가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 수사가 윤 전 총장을 넘어 고발장 작성과 전달에 관여한 다른 당내 인사들로 확대되면 국민의힘 전체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청부 고발 사건 추이를 보니 자칫하면 당도 말려들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묵시적 지시 없이 가능했겠느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고 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반문재인’ 투쟁이 본격화하면서 보수층 결집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정권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해온 만큼, 윤 전 총장 지지율에 결집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치공작의 피해자인 윤 후보를 공수처가 피의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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