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관치 종결' 선언..금융사 배당결정 자율에 맡긴다

윤원섭,문일호,이새하 2021. 9. 10.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리·수수료 등 가격개입 금지
시장 친화적 감독정책으로 전환
정부 강력한 가계부채 정책 예고
금융권 '불개입 준수' 반신반의

◆ 금융위·금융지주 회동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고 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충우 기자]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금리, 배당 등 금융권의 경영사항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구두나 문서 등으로 금융사에 지시하던 관치금융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종전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이번 발언이 '립서비스'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의구심도 표시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고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취임한 후 금융권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고 위원장은 우선 금융정책과 감독의 기본 원칙으로 금융회사의 창의와 자율을 존중하는 시장 친화적 정책·감독을 제시했다. 그는 "금리, 수수료, 배당 등 경영 판단사항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며 "이는 금융위 설치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금융정책·감독의 기본 정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설치법 제2조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업무수행 시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금융 안정과 거시건전성 관리 등 정책 목적상 개입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의 개입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근거 △시장 친화적·시장 중심적 방식 등 3대 원칙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금융정책과 감독을 소통과 협의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이어 5대 금융지주 회장에게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관리에 전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추가 대출 규제는 추석 이후 9월 상황을 보면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 위원장은 올해 가계부채 관리 목표 증가율을 기존 5~6%에서 6% 이내로 수정했다. 최근 가계부채가 예상을 초과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책임을 지고 점검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내에서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참석했다.

고 위원장이 이날 '시장 친화 금융 정책과 감독'을 강조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과거 관치 구태를 종식하고 금융권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과거 일방적 제재 중심으로 진행되던 금융감독 정책을 이번 기회에 전환하겠다는 것도 포함된다.

우선 금리와 수수료를 금융사에 맡긴다는 것은 당국의 '가격 개입 금지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리와 수수료는 금융권의 대표적인 가격 정책인데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암암리에 구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로 당국이 간섭했던 금융권 배당 논란도 이번 기회에 종식할 뜻을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당국은 올 상반기까지 5대 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사들의 배당 성향을 20%로 제한하라고 강제한 바 있다. 배당 성향은 순이익 중 현금 배당 비중인데, 이를 제한하면 외국인 등 주요 투자자들이 해당 금융사의 지분을 팔고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 위원장은 또 시장 친화적 금융 정책과 감독 천명을 통해 제재 일변도의 감독 정책을 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시사했다. 당국이 시장과 소통하기보다는 제재만 하다 보니 끊어진 소통 관계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고 위원장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제재 강도 변화와 관련해 "그 부분은 금감원장이 새로 오셨고 같이 논의하면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보 금감원장 역시 시장과의 소통을 취임 일성으로 강조해 앞으로 제재 수위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금융권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당국이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펼칠 예정인데, 불개입 원칙과 조화가 이뤄질지는 관건으로 남는다. 예컨대 금융권은 당국의 대출총량규제 지침에 따라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려 대출을 줄이는 방식을 써 왔다.

대출금리 인상에 때로는 당국의 입김도 작용했지만 앞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금융권이 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불개입 정책은 앞으로 은행권에는 더 많은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당국의 책임을 은행권이 짊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 문일호 기자 / 이새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