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경선 놔두고 노동자·자영업자 집회 불허..방역 '이중잣대' 논란

서혜미 2021. 9.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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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전문가들 "괴리 커질수록 방역 효과 떨어질 것"
"집회는 약자의 생명줄..거리두기 조정해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새벽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로 인한 생활고를 호소하며 방역지침 전환을 요구하는 차량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독 집회 시위에 대해서만 강경 대응 방침을 유지하면서 방역 전문가와 시민 사회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에 밀집한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공적 활동”이라며 방역 예외로 두면서 민주노총과 자영업자들의 집회 시위에 대해서는 위원장과 대표를 처벌하겠다고 나서면서 이중 잣대 논란까지 제기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집회 등은 다수가 밀집해서 구호나 함성을 외치는 형태가 보편화되다 보니까 저희가 다소 위험성이 있는 활동으로 간주하고 집회나 대규모 야외 행사들에 대해서 인원제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서 집회와 행사의 경우 4단계에서는 1인 시위만 허용되고, 3단계에서는 49명까지 허용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7월 서울 도심에서 야간 차량 시위를 주도한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를 지난 8일 검찰에 송치했다. 김 공동대표는 감염병 예방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앞서 지난 6일에는 지난 7월3일 서울 도심 집회 등을 주도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같은 혐의로 체포해 구속하기도 했다. 이재인 자영업자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혼자 차를 이용해서 시위를 하기 때문에 감염병의 확산은 당연히 없고, 안에서 마스크도 썼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의 지역 경선에서 지지자 수백명이 밀집해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황을 두고 정부는 지난 6일 “공적 활동이어서 사적모임 제한이나 거리두기 체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의당은 지난 7일 이런 이중 잣대를 비판하고 양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며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우선 지난해와 달라진 방역 상황을 꼽았다. 지난해와 달리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위험도가 낮아졌지만, 집회 시위를 대하는 정부의 강경 대책은 변화가 없었던 점이 반발을 산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은 “(백신 접종으로) 방역 환경이 바뀌면서 국민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과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정부의 방역 대책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 그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방역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자영업자나 민주노총 집회와 시위에 대한 대응은 과도한 것 같다. 자영업자들은 차량 시위를 했는데 어떤 감염 위험이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집회 시위 금지는 기본권 침해이니 안전하게 집회할 수 있는 방법을 시민에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집회는 약자의 생명줄이고 기본권이기 때문에 무작정 모이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모일 수 있는지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집회‧시위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와야 했는데, 그동안 정부가 이런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안전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방역수칙을 만드는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켜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상당한 정도의 합리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일정한 방식의 의사 표현을 감염병 예방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이런 류의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이 발생하고 그것으로 인한 상황이 발생했을 떄, 우리는 앞으로도 기본권을 경찰한테 내주고 사는 위험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10월 말이나 11월부터 진행할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앞두고 우선 집회 시위와 관련한 현행 방역 체계부터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향후 이 방역체계의 재편이나 혹은 거리두기 조정에 있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합리적으로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방역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보기로 하겠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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