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의 미스터리, 암흑에너지를 찾으면 비밀 풀린다 [Science]

이새봄 2021. 9. 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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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밀어내고 있는 '미지의 존재' 암흑에너지..韓정부 연구프로젝트 가동
점점 더 빠르게 커지고있는 우주
팽창의 원인 지목된 '암흑에너지'
우주 팽창 속도나타낸 허블상수
측정방식에 따라 오차 크게달라
韓 비롯 각국, 상수 구하기 나서
이형목 교수 이끄는 우주연구단
중력파·인공지능 활용 측정나서
중성자별 폭발등 천체 현상따른
시공간 출렁임 포착해 상수계산
"이렇게 멀리 떨어져 보면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 하나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바로 태양빛에 걸려 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베스트셀러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지구를 암흑 속에 있는, 먼지같이 보이는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다. 광활하고 거대한 암흑 속 우주 단 하나의 점이 우리의 터전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광대하고 무한한 우주는 더욱 광활해지고 있다. 우주가 매 순간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팽창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무언가가 우주를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은 이 무언가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는 이름을 붙였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에너지 중 68.3%를 차지하는 절대 에너지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별과 가스구름 등이 우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4.9%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대부분은 성간 먼지나 기체이고 별과 은하를 구성하는 물질은 0.5%다. 나머지 95%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라고 불리는 미지의 물질이다. 우주를 밀어내고 있는 암흑에너지는 질량도 없고 빛과 같은 파동형의 에너지와도 성질이 다르다. 보통 공간이 팽창하면서 커지고 그 안에 있는 물질의 양이 변하지 않는다면 공간이 커질수록 밀도가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암흑에너지는 우주가 팽창으로 인해 계속 커져도 그 힘을 유지한다.

존재는 알고 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에너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팀이 한국에서도 출범했다. 지난 7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 난제 도전 융합 연구개발에 선정된 '중력파우주연구단'이다. 이형목 서울대 교수팀이 이끄는 연구단은 올해부터 5년간 다중신호 천문학과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해 암흑에너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암흑에너지를 해결할 열쇠는 허블상수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난제가 있다. 정밀하고 정확하게 허블상수를 측정해 허블상수의 오차를 해결해내는 것이다. 허블상수란 빅뱅(대폭발) 이후 별들의 거리가 멀어지는 속도에서 나타나는 우주팽창비율이다. 우주가 바깥쪽으로 팽창하면 별들의 거리는 점차 멀어진다. 불지 않은 풍선에 별을 두 개 그린 후에 풍선을 불면 별 사이가 멀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 즉 허블상수를 알아낸 뒤 우주의 크기를 고려해 역으로 계산해나가면 우주의 나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허블상수는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1929년 허블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발견을 담은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었다. 허블은 관측을 통해 가까운 은하들끼리의 거리를 시간차를 두고 측정했다. 이를 통해 은하들이 후퇴하고 있으며,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후퇴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허블의 법칙'이라고 불린다.

당시 허블은 은하가 후퇴하는 속도, 즉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계수를 'K'라고 표현했고, 1메가파섹(Mpc·326만광년) 떨어져 있는 천체가 초당 500㎞ 속도로 멀어진다고 밝혔다. 이를 K=500으로 표시했는데 나중에 K는 허블상수인 H0로 바뀌었다.

이후 정확한 허블상수 측정을 위한 연구가 이어졌다. 허블상수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은하와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후퇴 속도는 지구에서의 정밀한 관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은하와의 거리는 쉽게 측정할 수가 없었다. 1990년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의 주요 임무 역시 지구에서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실제 2001년 허블우주망원경을 사용한 허블상수 결정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결과로 발표된 허블상수는 72㎞/s/Mpc, 오차범위는 10%였다. 즉 326만광년 떨어져 있는 천체가 초당 72㎞씩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후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추정할 수 있는 별을 측정해 거리를 구하는 방식으로 허블상수를 구하는 연구가 이어졌다. 2019년 5월 애덤 리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팀이 같은 방식으로 관측해 발표한 최신 허블상수는 74.03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초기 우주로부터 방출되는 우주배경복사를 이용한 허블상수 측정 연구가 이어져오고 있다. 우주배경복사란 우주 전체에서 발견되는 빛(파장)으로, 빅뱅 발생으로 생겨난 뜨거운 빛이 현재까지 관측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계산한 허블상수는 대략 67.4다.

팽창속도 오차 좁혀지지 않는 '허블갈등'

언뜻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두 숫자 간에는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가 있다. 두 개의 독립적인 측정 방법으로 낸 결론에 차이가 있고, 이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것을 '허블갈등' 혹은 '허블긴장(Hubble Tension)'이라고 부른다. 이 갈등을 해결하는 것 역시 과학계의 어려운 숙제이고, 한국의 중력파우주연구단도 이 숙제를 풀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허블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다중신호천문학이다. 다중신호천문학이란 기존에 우주 관측에 활용되던 빛(전자기파)뿐 아니라 다양한 신호를 동시에 사용해 우주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빛이 아닌 신호란 중력파와 중성미자, 우주선 입자 등이다. 이형목 교수는 "특히 중력파를 활용한 허블상수 측정법은 기존 방식과는 독립적인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어 이를 통해 허블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기대"라고 밝혔다.

블랙홀 결합이나 중성자별의 폭발 같은 현상이 벌어지면 시공간이 출렁이면서 중력파(重力波)가 생겨난다. 이 중력파는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온 우주로 번져 지구에도 도달한다. 중력파 측정만으로 허블상수를 구할 수는 없다. 중력파는 허블상수 계산을 위한 많은 정보를 주지만,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 교수는 "중력파 중에서 중성자별 충돌을 통해 발생한 중력파를 발견하면, 그 즉시 망원경을 통해 하늘을 훑어서 중성자별 충돌 직후에 나오는 잔광을 찾고, 이 잔광을 통해 어느 은하에서 발생한 충돌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차원 망원경·인공지능으로 답 찾는다

실제 2017년 이형목 교수를 포함해 한국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중성자별의 충돌로 발생하는 물리적인 과정을 중력파와 전자기파로 동시에 관측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17년 8월 17일 중력파 포착 직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망원경이 2초간의 짧은 감마선 폭발 현상을 잡아냈고, 11시간 후부터 칠레의 천문대 망원경들이 가시광선 신호를 발견해 중력파 출처가 지구에서 약 1억3000만년 떨어진 NGC4993 은하인 것을 정확히 확인했다. 서울대 연구진은 중력파 포착 21시간 이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이 구축해 운영하는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망원경과 서울대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부의 사이딩스프링천문대에 설치한 '이상각 망원경'으로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중력파 연구자들은 새로운 허블상수 값을 '70'으로 제시한 바 있다. 허블갈등을 일으키는 두 개 방식의 '중간값'이었다. 단 한 번의 관측으로 인한 결론이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넓으며, 허블갈등의 판정승을 내리기에는 부족했다. 앞으로도 수십 차례 같은 과정을 거치며 중력파를 통한 허블상수를 정교하게 측정하는 게 연구진의 목표다.

중성자별 충돌의 잔광을 찾기 위해 국내 연구진은 7차원적 망원경(7-Dimensional Telescope·7DT)을 개발할 예정이다. 7DT는 광시야로 우주를 관측하면서 시간에 따른 밝기, 파장에 따른 밝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실시간으로 얻는 신개념의 망원경이다.

광시야 관측을 통해 얻은 데이터에서 잔광을 찾아내는 데는 AI가 활용된다. 이 교수는 "광시야 관측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 속에서 천체를 찾아내는 것은 마치 모래 속에 숨겨진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며 "데이터 속에서 천체를 찾아낼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킨 AI를 활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우주 난제 해결보다는 도전에 의의

중력파와 잔광을 확인해 새로 도출한 허블상수가 허블갈등을 해결하고 우주의 팽창 속도를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된다면 인간은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우주를 밀어내고 있는 암흑에너지는 사실상 완전한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가 얼마나 빨리 멀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수치가 조금 더 명확해지면 우주를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있는 암흑에너지에 대한 가설들이 구체화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현재 암흑에너지는 과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제시했던 '우주상수'와 수학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우주상수와 동일하게 여겨지고 있다.

과거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있는 많은 별들의 중력 때문에 우주가 점점 쪼그라들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우주가 일정한 크기로 유지된다는 가정을 하고, 우주의 크기를 유지해주는 '우주상수'를 제시했다. 하지만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밝혀낸 뒤 이를 거둬들였다. 심지어 '최대 실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우주의 가속팽창 이론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우주를 밖으로 팽창시키는 존재인 '암흑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우주상수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이 교수는 이 연구가 반드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을 우려했다. '도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달라는 게 그의 당부다. 그는 "기초과학이라는 게 항상 그렇다. 목적하는 것 외에도 연구하다 보면 다른 부수적인 발견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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