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만 열심히 하면 지구 살릴 수 있을까?
저자는 성장과 풍요에 너무나 많은 비용이 계산되지 않는 점을 지적한다. 예컨대 항공편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뉴욕까지 갔다가 되돌아올 때 연료비는 포함되지만, 이 비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권에서 제거하는 비용은 반영되지 않는다. 이 비행으로 승객 한 명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3t이 넘는데도 말이다. 항공사는 물론이고 유류를 공급한 업체도 모두 이 비용을 무시한다. 저자는 '외부 비용'을 운운하는 것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을 슬쩍 뭉개는 뻔뻔함이라며 이런 무책임한 행동의 대가를 치르는 쪽은 해수면이 높아져 물에 잠기는 섬나라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빈민들, 우리가 망가뜨린 세상에서 절망적인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의 후손들이라고 꼬집는다.
일견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는 재활용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불편한 것은 내다 버리고, 쓸모 있는 것은 들여올 따름"이라고 촌평한다. 뷔르츠부르크-슈바인푸르트 전문대학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2018년 기계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외국으로 수출했다. 합성물질 쓰레기는 전체량의 5분의 1이 말레이시아·인도·베트남 등 외국으로 팔려 나갔다. 또 거의 매일 175대의 고장 난 텔레비전이 가나·나이지리아·카메룬 등으로 수출된다. 물론 아예 재활용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과잉 생산과 소비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미봉책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상품의 생산과 수송뿐만 아니라 마지막 폐기처리 비용까지 감안하고,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한 부분도 가격에 반영하는 등 회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은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 전체로 모이면서 누구도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경제 시스템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정책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일 농산물 시장을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있는 사례로 든다. 책에 따르면 독일에서 유기농 식품의 시장점유율은 유기농을 취급하는 대형 할인마트가 늘었음에도 10%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친환경 육류의 경우 2%이고, 종류에 따라서는 1%가 안 되는 품목도 있다. 이는 친환경 식품이 너무 비싸서 그런 게 아니다. 대량생산된 식품이 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농업 지원금 제도의 개혁을 제시한다. 친환경 식품에 지원금을 더 줘 산업적으로 대량생산된 식품과 친환경 식품의 가격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주문이 활성화되며 더욱 중요해진 반품 수수료 문제도 있다. 독일에서는 매년 2억개가 넘는 물건이 반품된다. 밤베르크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반품 수수료를 3유로(약 4000원)로 책정하면 반품 개수가 8000만개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상인들 예측이다. 이러면 배송에 드는 연료가 줄어들어 약 4만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1년 동안 4000명의 독일 국민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하지만 반품 수수료 인상 혹은 도입은 쉽게 결정되지 않는다. 온라인 주문을 즐겨 그만큼 많이 반품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아마존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반대 입장이다. 반품비는 소비자, 유통업체, 납품업체 등이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데 자신들의 부담액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 생산업체들의 시장 진입도 어려워져 유통채널 입장에선 손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국가가 개입해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반품 수수료가 환경에 주는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다 같이 도입하면 누구에게도 특별히 손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가짜뉴스, 징벌적 손배보단 빠른 정정보도로 해결"
- 팬덤의 힘…안팔리던 CD, 올 5000만장 예고
- 이젠 가수 솔비 아닌 화가 권지안 `제2 인생`
- "프랑스 전체가 구독하는 셈"…블랙핑크 저스틴 비버 제쳤다
- 지니뮤직 "AI 오디오 플랫폼으로 도약"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효성그룹 또다시…형제의 난 ‘스멀스멀’
- ‘지역비하’ 피식대학, 구독자 300만 붕괴…20만 명 등 돌렸다(종합)[MK★이슈]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