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 욕구 다음엔 '초월의 삶' 있네

이향휘 2021. 9.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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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센드 / 스콧 배리 카우프만 지음 / 김완균 옮김 / 책세상 펴냄 / 2만2000원
학창 시절에 배웠던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을 기억하는지. 피라미드 제일 밑바닥에는 식욕 등 생리적 욕구가 있고 맨 꼭대기에는 자아실현 욕구가 자리 잡고 있는 5단계 이론 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의식주와 안전의 욕구가 해결되면 상위 욕구를 추구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성취감과 인정을 받은 다음에야 내면의 자아실현을 꿈꾼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최상층의 욕구가 결국은 자신의 성취와 자아실현에만 머물러 상당히 이기적인 이론이라는 지적이었다. 또한 자아실현적 인물 중에 자아를 벗어나 세상에 기여하려는 목적을 가진 이가 상당수였다. 더욱이 '도장 깨기'처럼 밑바닥을 채우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다시 뒤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 이론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80년 전인 1940년대에 처음 발표됐다. 매슬로 본인도 말년에 접어들면서 건강한 자아실현이 실제로 초월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1961년 논문에서 이렇게 썼다.

"자아실현은 과도기적 목표이자 통과 의례이며, 정체성을 초월로 향하는 발걸음인 듯하다. 이는 자아실현의 기능이 곧 자신을 지우는 것이라는 말과 같다."

따라서 매슬로 이론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이론에 관심이 기운다. 미국 인본주의 심리학자 스콧 배리 카우프만(42)은 신간 '트랜센드(transcend·초월하다는 뜻)'를 통해 매슬로 이론의 뼈대를 가져오되 초월의 의미를 담은 '돛단배'형 욕구 이론을 발표했다. 돛단배처럼 여기저기 항해하면서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안전' '연결' '자기존중'이 모든 욕구의 기본이 돼 실제 배의 선체처럼 아주 단단하게 다져져야 한다. 온전한 '나'의 기반을 갖춘 후에는 '더 나은 나'로 나아갈 수 있는 세 가지 욕구 '탐구' '사랑' '목적'이 있다. 자아실현을 오늘날의 언어로 대체한 말들로 돛단배의 돛에 해당한다. 결국 인간은 1단계 '안정'과 2단계 '성장'을 토대로 7단계 초월의 여정으로 떠나가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인 행복을 떠나 지속적인 '좋은 삶'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저자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실험심리학 석사를, 예일대에서 인지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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