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여백에 상상력 더하면 재무제표 너머 투자 길 보인다
■ 매경·예스24 선정 '9월의 책'
물론 재무제표 읽는 법을 소개한 책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쉽고 친절하게, 또 게임 방식으로 독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 있었던가.
데사이 교수는 한 페이지 가득 익명의 14개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여주고, 어떤 기업인지 또 어떤 산업인지를 독자에게 알아맞혀 보라고 독려한다. 14개 기업엔 페이스북, 아마존, 델컴퓨터, 듀크에너지, 노드스트롬, 마이크로소프트(MS), 씨티그룹, 반스앤드노블, 사우스웨스트 등 다양한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처음엔 현금, 매출채권, 유형자산, 장기부채 등 숫자의 나열이 막막하기만 했는데 저자의 설명과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납득이 된다. 왜 재고가 제로인 곳이 있는 반면, 다른 곳은 수치가 높은지. 또 재고회전율과 매출채권 회수 기간에 따라 업종을 예측할 수 있고, 왜 기업이 우선주를 발행하는지 등등 숫자 너머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중간중간 '생각해 보기' 코너를 통해 최근의 기업 동향을 쉽게 알려주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MS가 링크드인을 인수하는데 왜 장부가치의 3배 가까운 돈을 지급했는지, 어느 기업의 부채가 위험이 큰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준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퀴즈가 기다리고 있어 독자가 책의 내용을 이해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다.
재무분석과 재무비율이 재무의 시작과 끝은 아니다. 저자는 최근 재무적 흐름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첫째는 현금이 순이익보다 중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미래가 과거나 현재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이네켄의 전설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로랑스 드브루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항상 이 문장을 떠올립니다. '매출은 헛되고, 결과는 중요하고, 현금은 왕이다'라는 문장을. 매출과 순이익이 얼마 늘었는지만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입니다."
기업이 파산한다면 그 원인은 대체로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투자를 결정하거나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잉여 현금흐름이 왜 중요한지, 또 재무에서는 잉여 현금흐름을 가장 이상적인 현금흐름으로 생각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특허나 브랜드 등 기타 자산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최근의 지배적 흐름이다.
재무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기업의 엇갈린 이해관계와 비대칭 정보의 문제도 지적한다. 또 기업의 가치 평가가 왜 과학을 가장한 예술인지, 또 남아도는 현금흐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질문도 던진다. 결국 이를 통해 저자는 단지 숫자로만 이뤄진 무미건조한 곳이 아니라 게임을 하듯이 상상력과 스토리를 동원해 여백을 채워야 하는 영역이 곧 재무의 세계라는 사실을 멋지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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