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끼 꾀로 시작해 꼴 깔 끝으로 마무리..강촌 구곡폭포 한글자 코스 아시나요?
구곡폭포 가는 아홉구비 산길
길마다 '한 글자' 이정표 눈길
꾀 길서 만나는 5m 돌탑 장관
꾼 카페서 맛보는 칡냉면 캬~
거친 숨 몰아 쉴때 만나게 되는
50m 구곡폭포 시원한 물줄기
춘천에 왔으면 무조건 '닭갈비'
철판 숯불 반반 메뉴로 고민 싹
◆ 신익수 기자의 언택트 총알여행 ◆
한 글자로 된 아홉 개의 글자. 거기에 담긴 인생철학이라니.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코스 '길이'다. 왕복해 봐야 빠른 걸음으로 20여 분. 그야말로 언택트 총알여행 코스다. 얼마나 좋은가. 20분 왕복에 폭포도 보고 인생철학까지 배울 수 있다는데.
운무 가득한 등산로 입구에서 10m쯤 올라가니 첫 이정표가 등장한다. 꿈(Dream). 아래에는 '희망을 찾아서'라는 주제가 적혀 있다. 49세까지 미친 듯 폭주해온 삶. 꿈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있던가. 그저 휩쓸려 여기까지 왔다면 '꿈'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20m쯤 더 걸으면 두 번째 이정표 '끼(Ability)'를 만난다. 끼는 부리는 게 아니다. 갖추는 거다. 10년 이상 여행전문기자로 뛰고 있으니 끼만큼은 합격점. 바로 위쪽엔 숲의 이점을 적은 대형 입간판이 서 있다. 꼭 봐야 할 게 6개 항목 중 마지막. 우울감 5.3점과 스트레스 지수 0.031㎎/㎗이 감소한다. 코로나 블루에 '직방'이라는 의미다.
1분쯤 더 걸어가면 세 번째 이정표 '꾀(Wisdom)'가 등장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사회 초년병 시절엔 힘으로 밀어붙이면 다 되는 게 인생인 줄 알았다. 오십 줄에 접어들면 오히려 힘 빼고, 꾀부린 녀석들이 더 잘된 걸 곳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꾀 구간에서 만나는 게 돌탑 길이다. 4~5m짜리 초대형 돌탑 3인방과 함께 양쪽에 수십 개의 미니 돌탑들이 쌓여 있는 돌탑 길. 이곳의 하이라이트다.
다음 코스는 여섯 번째 끈(Relationship). 그래. 결국 사회생활은 관계다. 자신의 정신줄(끈)도, 사회와의 줄(빽)도 놓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등산로의 끈도 이곳이 핵심이다. 여기서 두 갈래로 갈린다. 문배마을행은 끈 푯말을 따라 우측으로 빠지면 되고, 구곡폭포는 계속 직진이다. 길은 다시 험해지고 폭도 좁아진다. 일곱 번째 '꼴(Shape)' 구간이다. 숨도 점점 가빠진다. 헉헉대는 '꼴'이라니. 그리고 마지막 마의 계단 구간. 우측 일곱 번째 이정표 '깔(Delicate Hue)'을 보며 잠깐 숨을 고른다. 삶도 맵시 있고 곱게 다듬어져야 빛나는 법. 깔은 갖춰야 하지 보면(깔보면) 안 된다.
전열을 가다듬고 계단 구간을 오른다. 돌을 깔아 만든 석계단이 33개, 나무데크 계단이 84개, 도합 117계단. 마침내 구곡폭포가 위용을 드러낸다. 봉화산(520m)의 심장을 아홉 굽이로 훑으며 떨어지는 50m짜리 대형 물줄기. "끝!". 도쿄올림픽 양궁 단체전 마지막 화살을 쏜 오진혁처럼, 절로 '끝'이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라. 끝(Finish) 이정표 아래 쓰인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여정의 끝은 새로운 시작'. 바닥을 쳤다고 체념할 것 없다. 그 지점이 다시 튀어 오르는 시작점이 되니까. 그나저나 다시 내려갈 길이 까마득하다. 나오는 한숨도 한 글자다. 휴~.
▶강촌 여행 즐기는 Tip 이곳까지 갔는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강촌역 옛 역사. 그라피티가 곳곳에 칠해져 모던함을 더한다. 옛 역사 역장은 캐릭터 '또오리'. 대형 또오리 조형물도 꼭 봐야 한다. 강촌 투어의 마무리 먹방 코스도 한 글자 '닭'이다. 닭갈비만큼은 무조건 맛봐야 한다. 철판인지 숯불인지 갈등이시라고? 걱정할 것 없다. 요즘은 식당 자리를 아예 반반 나눠 철판파와 숯불파를 구분해 준다. '딱'.
밤
깜깜한 밤이 아니다. 먹는 밤이다. 가을 웰빙 푸드의 '백미' 밤의 메카는 공주. 유기농 밤을 재료로 쓰는 맛집들이 공산성 앞에 포진해 있다. 밤 요리 3대 천왕인 밤된장찌개, 밤묵밥, 밤만두는 꼭 맛보실 것. 쐐기를 박으려면 밤막걸리 한 사발 곁들이면 된다. 그러고 보니 먹고 난 뒤 효과음도 한 글자 '캬'.
묵
밤과 쌍벽을 이루는 묵 먹방의 핫플레이스는 대전, 하고도 구즉여울묵마을이다. 이곳 대표 메뉴는 채묵밥. 채 썬 묵을 국밥처럼 내놓는다. 멸치와 다시마, 무 등을 넣고 끓인 국물이 일품. 곁들여 먹는 '묵전'도 중독이다. 깔끔하게 구워낸 감자전처럼 느끼함이 없다.
복
몸이 허한 분을 위한 코스는 '복'. 경남 창원 오동동 복거리로 간다. 정말이지 복 하나로 전국을 평정한 골목. 복 전문식당만 무려 30여 곳이다. 20년 이상 장수한 집도 예닐곱은 된다. 회, 찜, 수육, 껍질무침, 불고기에 바삭바삭 튀김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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