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가이드라인에 핀테크업계 분통.. "광고냐 중개냐" 촉각 곤두서

박소정 기자 2021. 9. 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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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D-15, 핀테크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 멈춤 불가피
업계 "보험·펀드, 라이선스 등록 불가한데 어쩌란 거냐"
당국 "카카오페이와 같은 '중개'인지, 단순 '광고'인지 보겠다"
핀테크협회, 340여개社 대상 서비스 형태 취합·분류 시작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금융 플랫폼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금융소비자법(금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최근에서야 사례를 통해 구체화하기 시작하면서 핀테크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핀테크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각 핀테크사들이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중개’인지, 단순히 소개에 불과한 ‘광고’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법 시행 2주를 남겨두고 부랴부랴 사례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일부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상품추천 관련 서비스를 금소법상 ‘중개’ 행위로 판단해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카카오페이의 행위를 사례로 들었다. 현재 카카오페이에선 하나의 앱 안에서 대출뿐만 아니라 펀드·보험 상품의 조회나 비교가 가능한데, 펀드·보험 서비스로 넘어가도 화면 상 통일성을 유지해 보험사 등 금융상품 판매사가 아닌 카카오페이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듯 오인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플랫폼이 추천하는 인기 보험’과 같은 문구가 적극적으로 고객을 발굴하고 가입을 유도하는 중개 행위라고 봤다.

카카오페이 광고 영상. /카카오페이

◇ 대출 제외한 보험·펀드 추천 서비스 ‘중단’ 불가피

금융당국은 중개 행위를 하면서도 필요한 라이선스(인허가)를 구비하지 않은 점이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 등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시행된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상품을 판매 대리·중개할 경우 금융당국의 등록 또는 인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중개 상품이 대출 상품일 경우 금소법상 판매대리중개업자(온라인모집법인)로, 보험이라면 보험대리점(GA)으로, 펀드라면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대행인 등록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행법상 플랫폼 업체들이 ‘대출’ 상품의 경우에만 중개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펀드 등 투자성 상품의 경우 플랫폼이 중개를 하려면,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 대행인 등록을 해야 하지만, 자본시장법에는 개인만 등록을 허용한다. 보험 역시 금감원 검사대상기관은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없는데, 핀테크 사업자들이 속한 전자금융업자들이 바로 금감원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상품 추천 핀테크들은 사실상 대출 중개업자 라이선스를 얻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업체는 지난 6~8월 대출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 신청 업체들의 금감원 현장 실사가 이뤄지는 등 막바지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며 “9월 25일 이전에 라이선스 허가 여부가 결정될 걸로 봐 대출 상품 영역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펀드 등 상품을 주력으로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슈어테크(InsureTech·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관련 핀테크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2주 내에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오는 25일 부로 해당 서비스를 잠정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카카오페이는 6개 손해보험사와 제휴해 진행하던 자동차보험료 비교 가입 서비스를 오는 25일 중단하기로 했다.

자산관리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옛 P2P금융) 투자 상품 중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모습. /박소정 기자

◇ 2주 남겨두고 서비스 제공 형태 취합 나선 금융당국

업체들 사이에서 “라이선스 등록도 할 수 없게 막아두고선 불법이라고 규정하면 어쩌느냐”란 불만이 터져 나오자, 금융당국은 여지를 열어뒀다. 라이선스를 무조건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별로 보험이나 펀드를 추천하는 방식이 중개인지, 단순 광고 형태인지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페이처럼 플랫폼이 소비자의 선택에 관여하는 중개 행위로 판단된다면 문제로 삼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선 오는 25일에도 기존에 제공하고 있던 서비스를 계속 영위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어떤 플랫폼은 보험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험 계약 체결 서비스로 넘어갈 때 카카오페이처럼 같은 화면 상에서 보여주지 않고 ‘아웃링크’(Out-link·금융사 개별 홈페이지로 연결)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며 “추천 형태별로 위법성을 따져야지, 단순히 보험 상품들을 추천하는 플랫폼이란 이유만으로 한데 묶여 위법성을 지적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핀테크산업협회는 플랫폼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 운영 방식을 취합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회원사 340여곳 중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사들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부터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서비스 제공 형태를 개별 사례별로 파악하기 위해 취합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취합된 사례를 살펴볼 것”이라며 “아직 기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뒤늦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준 데서 혼란이 비롯됐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날 간담회를 통해 “금소법 시행 전후인 지난 3월 이후 6개월 동안 여러 차례 안내한 내용”이라며 일정이 촉박했다는 지적에 대해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6개월간의 금소법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업권과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것도 맞고, 금융당국이 이야기하는 금소법상의 취지가 일관된 것도 맞다”면서도 “그간엔 법 적용 방법이 뜬구름 잡는 식이어서 사업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위법 케이스를 분명히 밝혀주면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은 최근에야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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