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걸음마다 절하며 30km 행진.. 국회 도착한 스님들 "차별금지법 꼭 제정해야"

김민호 2021. 9. 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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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 오체투지는 자신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내려놓는 수행법의 하나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스님들의 오체투지가 30㎞를 나아간 끝에 1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막을 내렸다.

118개 인권단체가 참여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해 노동자부터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난민 등 다양한 정체성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나온 활동가와 시민들이 오체투지가 진행되는 경로 곳곳에서 손팻말을 들고 스님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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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 오체투지는 자신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내려놓는 수행법의 하나입니다. 차별하는 마음 역시 그 뿌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차별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나의 생각이 옳고 내가 더 우월하고 나만, 내 가정만, 내 집단만 행복하면 된다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됩니다. 차별금지법은 인성과 도덕이 무너진 우리 사회에 평등의식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변화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스님들의 오체투지가 30㎞를 나아간 끝에 1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막을 내렸다. 스님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출발해 주말을 제외하고 모두 열흘 동안 서울 시내에 자리한 시민사회단체들을 순회하며 차별금지법 입법을 호소했다. 118개 인권단체가 참여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해 노동자부터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난민 등 다양한 정체성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나온 활동가와 시민들이 오체투지가 진행되는 경로 곳곳에서 손팻말을 들고 스님들을 응원했다.

오체투지 마지막 날, 스님들은 오전 10시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출발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를 거치며 양당 대표들에게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다수 발의됐고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성립된 상황에서 양당이 법안 논의를 미루는 상황을 규탄하는 한편,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스님들은 정의당 당사에서 당대표단과 합류해 함께 국회의사당 앞까지 나아갔고 짧은 기자회견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정의당 심상정 장혜영 의원이 10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절을 올리고 있다. 김민호 기자

지몽 스님은 “오체투지를 향해 박수치는 사람들. 음료수를 놓고 가는 슈퍼마켓 사장님을 만났고, 인천에서 오신 어느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의 울먹이며 간절히 호소하는 목소리,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던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으면서 왔다"면서 "넓은 교차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차를 막아 서며 저희를 호위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의 희망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자는 것”이라면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에 대한 법적 차별을 해결해 평화롭게 살자는 평범한 진리에 입을 막고, 귀를 막고, 눈을 가리며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몽 스님은 또 “차별금지법 첫 입법시도가 있었던 때로부터 24년이 지났다”면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에 얽매이지 말고 책무와 양심에 따라서 입법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맨 오른쪽) 스님을 비롯해 오체투지에 참여한 스님들이 10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민호 기자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도 이날 지지 발언에 나섰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할 일을 못해서 기어이 오체투지까지 하는구나 탄식이 나왔다”면서 “사회적 합의는 진작에 끝났다. 21대 국회에서 평등법,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는 것만이 보답하는 길이며 거스를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어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회 인사들을 만나서 차별금지법은 우리 당론이 아니다. 국회 법사위에 회부는 하되 논의하지는 않겠다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면서 “(김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동성애에 반대하는 이야기는 할 수 없게 된다느니 하는 명백한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면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정의당 심상정 장혜영 의원이 10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절을 올리고 있다. 김민호 기자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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