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나비, 동족 애벌레 공격해 '결혼선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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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박사과정생인 이카이 티는 친구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북부의 한 자연보호구역을 여행하다 멋진 광경을 목격했다.
이번에 발견한 제왕나비 여러 종도 알칼로이드가 든 식물 잎사귀를 긁어 수액을 섭취했지만 동시에 죽거나 살아있는 동족 애벌레의 몸을 긁어 상처를 낸 뒤 체액을 빨아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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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으로 할퀴어 체액 흡입..포식자 막을 독성물질 확보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박사과정생인 이카이 티는 친구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북부의 한 자연보호구역을 여행하다 멋진 광경을 목격했다. 여러 종의 제왕나비 수백 마리가 숲 바닥에 내려앉아 무언가를 빨아먹고 있었다.
사진을 검토하다가 뭔가 특별한 모습을 발견하고 이튿날 다시 관찰에 들어갔다. 제왕나비들이 동족의 애벌레를 괴롭히고 제압해 체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티 등 연구자들은 9일 과학저널 ‘생태학’에 관찰 결과를 보고하면서 “제왕나비가 식물이나 다른 곤충에서 독성물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살아있는 동족 애벌레로부터 알칼로이드를 탈취하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세계에 300여 종이 보고된 제왕나비는 미국에서 장거리 이동하는 행동으로 유명하지만 호주와 태평양 섬에도 널리 분포한다. 이들은 애벌레와 성체 모두 밝고 화려한 경계색을 내는데 몸속에 천적인 새가 먹으면 역겨운 맛을 내는 독성물질이 들어있다.
독성물질은 주로 박주가리나 협죽도 같은 식물에서 섭취한 알칼로이드 성분이다. 제왕나비는 성체가 되면 애벌레 때 잎을 갉아먹어 확보한 독성물질을 보충할 필요가 생긴다. 티는 “이들 나비는 독성물질을 품은 식물 잎 표면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여러 차례 긁어 흠집을 낸 뒤 스며 나온 즙을 관 모양의 혀로 빨아먹는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에 발견한 제왕나비 여러 종도 알칼로이드가 든 식물 잎사귀를 긁어 수액을 섭취했지만 동시에 죽거나 살아있는 동족 애벌레의 몸을 긁어 상처를 낸 뒤 체액을 빨아먹기도 했다. 잎사귀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비는 애벌레 피부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어 스며 나온 체액을 먹었다.
티는 “애벌레는 몸을 재빨리 뒤틀어 나비의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성체 제왕나비에게 애벌레는 유용한 알칼로이드를 얻을 수 있는 잎사귀를 불려놓은 자루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왕나비의 이런 행동을 포식, 기생, 공생 등 전통적인 진화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며 ‘화학물질 강탈 섭취’(클렙토파마코파지)란 새 용어를 제안했다.
흥미로운 건 화학물질 도둑질에 나선 제왕나비가 거의 수컷이란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수컷이 짝짓기 때 암컷에게 선물을 주는 생태가 이런 행동을 불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제왕나비 수컷은 짝짓기 때 암컷의 배에 정액과 영양물질 덩어리를 선물로 붙이는 행동을 한다.
그렇지만 과연 애벌레의 알칼로이드가 성체에 전달되는지 또 이런 행동 때문에 애벌레가 죽는지 등은 앞으로 후속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Ecology, DOI: 10.1002/ecy.35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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