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중복구매 불가" 中 팬덤규제 본격화, K팝 아이돌 중국인 멤버 현주소 [이슈와치]
[뉴스엔 박은해 기자]
중국 사회 전반에 정풍운동이 거세지면서 K팝 아이돌과 팬덤도 영향을 받게 됐다.
정풍운동(整風運動)은 중국 공산당의 당내 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마오쩌둥이 주창한 당원 활동 쇄신 운동으로 당원을 교육하고, 당조직을 정돈하며, 당의 기풍을 쇄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영향력 강화를 위해 사회 전반에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중국 당국은 비정상적인 팬덤 문화를 바로잡겠다며 팬덤 활동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 텐센트 QQ뮤직은 한 계정이 같은 디지털 앨범, 싱글을 중복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디지털 음원 구매에 한정된 조치지만 실물 음반 구매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9월 10일 솔로 앨범을 발매한 그룹 블랙핑크 리사 중국 팬클럽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당국의 규제 강화로 많은 양의 앨범을 사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K팝 CD 중국 수출액은 1550만 달러(179억 원)로 일본, 미국 뒤를 이었다. 중국 당국이 실물 앨범 구매를 강력히 규제한다면 K팝 업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6년 한한령 이후 K팝 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다각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중국 시장 변화에 따른 영향이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현지화 전략 일환으로 발탁한 아이돌 그룹 중국인 멤버 위치는 애매해졌다. 일부 중국 국적 아이돌이 항미원조 동조, 신장 목화 지지, 홍콩 경찰 지지 등 메시지를 SNS에 공유해 누리꾼들에게 뭇매를 맞으면서 기대 효과보다 리스크 부담이 더 크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연예인과 팬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지난 5월 우유 사건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팬들은 좋아하는 연습생을 응원하기 위해 투표 QR 코드가 포함된 우유 27만 개 내용물을 버렸고,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아이돌 팬덤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경우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경고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해 8월 음식 낭비 금지법을 시행한 만큼 우유 낭비 사건이 엄중히 다뤄져 문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은 제작 중단됐다.
또한 CAC는 지난 8월 아이돌 팬클럽을 단속하기 위해 글, 사진, 영상 등 온라인상에 게재된 게시물 15만 건 이상을 삭제하고 관련 계정 4000개를 폐쇄했다. 연예인 인기 순위 발표, 미성년자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일, 예능 프로그램 유료 투표도 금지됐다.
중국 방송을 관리, 감독하는 광전총국은 "불법을 저지르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을 단호히 배제할 것"이라며 정치적 입장이 부정확하고 당과 국가에 마음이 떠난 자, 덕성과 미풍양속을 상실한 사람, 법규·공공질서 위반자 등 방송 출연 금지 대상자 기준을 발표했다. 총국은 "정치적 소양과 도덕적 품행, 사회적 평가 등을 기준으로 방송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의 출연자를 선정하라"고 명시했고, 이에 따라 불법 행위를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은 방송국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다.
고액 출연료와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도 강한 규제 조치에 들어갔다. 총국은 "배우와 게스트의 출연료 규정을 엄격히 집행할 것이며 출연료 고지 및 승인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출연료 규정 위반, 이중계약, 탈세 등 행위 역시 엄격히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연장 밖에서 이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투표, 아이돌 팬덤이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투표, 연예인 자녀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영도 금지됐다.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를 K팝 아이돌과 팬덤도 피해갈 수 없었다. 9월 6일 펑파이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웨이보는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하고 응원하는 내용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NCT 일부 멤버들의 팬클럽과 아이유,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 레드벨벳 슬기, 소녀시대 태연 등 팬클럽 웨이보 계정에 대해 30일간 정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중국 팬클럽 웨이보 계정은 팬들이 돈을 모아 준비한 항공기 랩핑 사진을 공개했고, 이를 위한 모금 금액이 1시간 만에 230만 위안(한화 약 4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웨이보 측은 해당 계정에 대해 60일간 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 팬클럽도 규제 대상이 됐다. 자유시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쯔위의 웨이보(중국 SNS) 팬클럽 측은 회원 23만 명 대상으로 "웨이보로부터 팬클럽 명칭을 변경하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지에 따르면 쯔위의 이름 뒤 모임을 뜻하는 바(bar)를 붙인 팬카페 명칭에서 '바'를 빼야 한다.
(사진=뉴스엔 DB)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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