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거주지 가보니 상가뿐.. 구멍 뚫린 '성범죄자알림e'
여가부 "경찰만 믿을 뿐".. 경찰 "현실적 한계"
A(59)씨는 2012년 4월부터 1개월 동안 13세 미만 여자 청소년을 여섯 차례 강제추행했다. A씨는 같은 해 12월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7년간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받았다. 이에 A씨 얼굴 사진과 실제 거주지 주소는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성범죄자알림e’에 올라있다.
과연 성범죄자알림e에 올라온 A씨의 신상정보는 믿을 만한 것일까. 지난 9일 A씨의 실거주지로 등록된 주소를 찾아가봤다. 그런데 주택가가 아닌 고척산업용품종합상가가 나타났다. 줄지어 늘어선 상가에서는 금속판 자르는 소리와 자재를 옮기는 인부들 외침만 들릴 뿐, 모텔·고시원 등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입점한 한 상인은 “여기에 사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택 같은 시설도 없다”고 말했다. 상가 관리인도 “상가 안에서 낮잠이나 자는 사람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가에 거주하는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성범죄 재범을 막기 위해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정작 성범죄알림e 홈페이지에 공개된 성범죄자 거주지는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는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 것이다.
10일 조선비즈 취재 결과 성범죄자알림e에 공개된 일부 성범죄자 실거주지는 자택이 아닌 공장·상가 또는 고시원·모텔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자알림e는 법원으로부터 신상 공개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 신상을 제공하는 곳으로 범죄 내용을 비롯해 성범죄자의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실거주지 주소 등이 올라와 있다.

2012년 1월 인천 연수구에서 13세 미만 여자 청소년을 강제추행해 같은해 11월 징역 4년과 10년간 신상 공개 명령을 받은 B씨의 실거주지는 서울 서초구 ‘먹자골목’에 위치한 상가건물이었다.
해당 건물 1층에는 부대찌개·일식집·술집 등 각종 음식점이 들어서 있었고, 2층부터 꼭대기 층까지는 연기학원·사우나·회사가 있었다. 원룸·고시원·오피스텔 등 사람이 거주하거나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 건물 관리인에게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냐’고 물으니 “처음 듣는다”며 “보다시피 다 음식점 아니면 회사인데, 살 수 있겠냐”고 했다.
2018년 12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20대 여성 2명을 강제추행해 이듬해 4월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C씨 실거주지도 고물상, 폐기물 철거업체, 철강 제조업체 등이 들어선 건물이었다. 주변에는 각종 폐기물과 이를 실어 나르는 차만 세워져 있었고,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컨테이너 박스나 가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성범죄자알림e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성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고 재범을 막기 위해 2010년부터 운영됐다. 판결 확정을 받은 성범죄자 신상은 관할 경찰청에 등록되고, 이중 법원으로부터 신상 공개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 정보만 성범죄자알림e에 공개된다.
신상 변경이 있을 경우 20일 이내 관할 경찰서에 고지해야 하고, 경찰서는 3개월마다 성범죄자들이 실제 공개된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경찰관이 직접 거주지에 찾아가 확인하거나 전화를 통해 신상 변경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거짓 정보를 제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자가 실거주지를 거짓으로 말하거나 등록된 주소에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를 잡아내거나 전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여가부는 “실제로 성범죄자가 등록된 주소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여가부가 실제 거주지가 어딘지 직접 확인할 수는 없고, 경찰을 통해서 정보를 받게 되어 있어 경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확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등록된 주소에 실제 살지 않으면서 거짓말을 한 경우에는 파악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경찰이 직접 집 안에 들어갈 수도 없어서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관이 직접 확인하다 보니 업무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에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는데, 법무부·경찰 양쪽으로 다 나눠 놓아서 관리하기가 어렵고 소통도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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