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썸 자영업 리포트] 대학가 '터줏대감 맛집'의 위기 .. 학생들이 발벗고 나선다
이대 앞 10년 터줏대감 포포나무도 2,3호점 폐점
학생들 커뮤니티 '포포나무 돕자' 배달 주문 러쉬
이대 컴공과 학생들 지역상권 돕는 어플 직접 개발
라이프점프는 대학생연합경영컨설팅학회(SoME) 학생들로 구성된 썸데이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점프와 썸데이기자단은 젊은 대학생 시각에서 국내 자영업 시장의 현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소개하는 코너 [라썸 자영업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2020년 1월 19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 등장 이래로 코로나가 9개월 지속되며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감염력이 높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에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불특정 다수와 함께하는 외식에 두려움을 느꼈다. 이동 경로에 따라 밀접접촉자로 분리될 수 있다는 압박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차별적으로 양산된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이 합쳐져 외식업계를 향한 발걸음은 점차 줄었다.
반면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서비스나 쿠팡의 로켓배송 등 비대면으로 식자재를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소셜 커머스는 크게 성행했따. 이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협업하여 밀키트를 생산해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고, 각종 이벤트 유치를 통해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줄여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입지를 더욱 넓혀 나갔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외식업계의 매출은 더욱 줄었다. 외식업계가 겪은 재정적 어려움은 대학가에 위치한 터줏대감 맛집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대 대학가 맛집 ‘포포나무’ ···코로나에 2·3호점 폐점, 학생들 도움으로 위기 헤쳐나가
시그니처 메뉴인 떡갈비 스테이크부터 다양한 수제 스테이크 양식을 판매하는 포포나무는 본점에 이어 2호점, 3호점까지 낼 정도로 이대 앞 터줏대감 맛집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와 개인 사정으로 인해 2호점과 3호점의 폐점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0년 간 포포나무에 끊이질 않았던 고객들의 발걸음이 코로나 발발 이후 감했기 때문이다. 황윤숙 포포나무 사장을 만나 코로나 시대 생존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양소현 썸데이 기자단(이하 양): 코로나 창궐 이후 무엇이 가장 힘드셨나요.
황윤숙 포포나무 사장(이하 황):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가 터진 작년 2월에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채 맞이한 위기라서 거의 1년 간 적자였죠. 가게를 유지하며 지출되는 고정 비용보다 폐업을 하고 임대료만 내는 게 차라리 적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미 2호점과 3호점을 닫은 상황에서 1호점마저 쉬게 되면 정말 문을 닫아버릴 것 같더라고요. 특히 매출이 급감해 가게 운영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나가면 정말 남는 게 없어서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하지 못했는데, 남자 사장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신 상태여서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날에는 그냥 가게 문을 닫고 외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에 개인적 어려움까지 겹쳐 이중고로 힘들었던 그 당시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21년 3월 개강 후에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매출 상황이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다시 거리두기 규제 단계가 격상돼서 더 힘들어지겠다는 예감이 드네요.
양: 2021년 9월 현재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황: 우선, 2호점, 3호점을 폐업하며 낸 빚이 1년의 상황 유예 기간을 거치고 부메랑처럼 돌아와 더욱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폐업을 하며 돌려받은 보증금보다도, 권리비와 수리비용을 지불하며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길어질수록 저희와 같은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매장을 운영하며 소모되는 고정비용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매출이 적으면 그만큼 지출도 줄어야 하는데, 실상은 냉/난방비와 가스비, 전기세와 식자재비용이 고정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 긴급 지원금’, ‘자영업자 코로나 대출’ 등 여러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데,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상황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양: 각종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황: 코로나 대출이 있으면 폐업이 불가합니다. 대출을 다 갚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폐업조차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러나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1년 전과 달리 2021년 현재도 업장 운영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대출은 1년의 상황 유예기간 후에는 매출 상황과 무관하게 갚아야 하고요. 따라서 가게 운영이 너무 어려워서 폐업을 하고 싶어도, 경영난으로 인해 1년 전의 대출금을 값지 못한 상황에서는 폐업조차 못 합니다. 그러면 다시 무리해서 가게를 운영하고, 다시 대출금을 구하고. 결국 손쓸 수도 없이 경기가 나빠져 큰 부담이 되어도 매장을 닫지 못하는 역설적인 악순환의 굴레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1년 후부터 빌린 원금을 균등 분할하여 갚아야 하는데, 이를 갚지 못한다면 신용불량자가 되기 때문에 어디서든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부담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세금 면제 혜택의 경우, 사실 매출이 없어서 면제 혜택을 받지 않아도 낼 세금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에 지급된 폐업 지원금은 폐업에 드는 비용보다 현저히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적게나마 보탬이 된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야 합니다.
양: 대학가 터줏대감 맛집으로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황: 학교 앞은 학사일정에 따라 유동인구의 변동 폭이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던 2월 당시가 방학이었죠. 안 그래도 방학이라 사람이 적은 대학가에서 코로나로 인해 학생 수가 더욱 줄어드니, 저희 매장을 포함한 대학가 터줏대감 모두가 힘들었을 거예요. 임대료나 고정 지출 면에서 유리한 장소를 물색하러 돌아다녀도 봤지만, 다른 곳에서 시작을 하더라도 경제적인 어려움은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장조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자체 SNS 계정을 운영하여 효과적으로 고객 유치를 하는 가게들도 있다는데.. 저희는 디지털 매체에 익숙하지 못해서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나 홍보 전략을 낼 생각에 막막하기만 합니다.
양: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현재, 배달 제휴를 맺으면 어떨까요.
황: 저희 매장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배달 업체에서도 이득을 얻어야 하니, 플랫폼 측에 지불할 금액을 메뉴 가격을 올려서 충당하라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주문 가격을 올리면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손님들과 배달 주문 손님을 차별하게 되는 것이라서, 고민을 하다가 배달 제휴 체결을 포기했습니다. 배달 수수료를 전제로, 최근 이슈가 된 평점 갑질도 부담될 뿐만 아니라 학생 손님들이 느낄 가격적인 부담도 우려가 됐습니다.
양: 매출 증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황: 이색적인 마케팅 수단을 활용하는 것은 저희에게 큰 도전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행한다는SNS 마케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올해 4월에는 이상하리만큼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 수가 늘었습니다. 저희 매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화여대 앞 대학상권 모두가 매출이 늘어났어요. 학교 앞 외식업계를 많이 방문해서 대학상권을 살리자는 학생들 간의 암묵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 때에 매장을 찾아준 학생들의 발걸음이 저에게 큰 위로이자 힘이 됐습니다.
대학가 터줏대감 맛집의 몰락···학생들 “지켜만 볼 수 없다” 상권 부흥에 팔 걷어 붙혀
포포나무를 포함한 대학가 터줏대감 맛집들은 대학교의 비대면 학기가 계속돼 유동인구가 줄어들자 손님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 규제에 따른 실내 인원 제한과 방역을 위한 브레이크 타임 설정 또한 곤욕이었다. 간간이 가게를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 덕분에 어렵사리 생계를 유지하더라도, 적자 속에서 단위면적당(㎡) 평균 5만 4,100원을 웃도는 대학가 임대료를 감당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결국 비대면 시기에 발맞춘 새로운 업장 운영 전략이 필요했다. 이러한 낯선 변화에 대응법을 모색하며 사장님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갔고, 터줏대감 맛집의 몰락을 두고 볼 수만은 없던 인근 대학 학생들은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상권 부흥에 나서기로 했다.
학교 앞 터줏대감 맛집들의 위기에, 학생들은 학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맛집 리스트를 공유하며 대학가 식당 방문을 유도하는 홍보글을 게시했다. 대학 상권을 돕고 싶었던 학생 개개인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이내 소중한 맛집을 ‘돈쭐내주자’는 집단적인 여론으로 발전했다. 지난 4월 잠시나마 재정난이 해소되었다는 황윤숙 사장님의 말처럼 대학상권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이화여자대학교 에브리타임 맛집 게시판에 빵낀과 사장님의 폐업 고민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들은 배달 주문을 통해 매출 위기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이에 게시글 업로드 당일, 배달 주문이 폭주하며 배달 소요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난 웃지 못할 사건도 발생했다고 한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깃든 터줏대감 맛집을 지키기 위한 학생들의 애정과 관심은 코로나에 지친 사장님들을 다시금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다.
지역 상권 부흥 위해 직접 '데굴데굴’ 배달 매칭 서비스 개발
대학상권을 살리기 위해 ‘플랫폼 창업’이라는 이색적인 방법을 선택한 사례도 존재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기숙사나 자취생들의 배달 수요를 고려한 어플리케이션, <데굴데굴>을 개발했다. 데굴데굴은 이화여대 학생들 간 맞춤형 배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상공인들의 배달 수수료 부담은 줄이고, 값비싼 배달비가 부담되는 학생들의 걱정을 해소하며 대학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장점이 있다. 데굴데굴 어플을 직접 사용한 한 학생 사용자에 의하면,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점심과 저녁시간에 데굴(배달 서비스를 뜻함)이 다수 게시되기 때문에 실용도가 매우 높고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한다.
지속되는 코로나 전파에 모두의 심신은 지쳐간다. 그러나 오랜 세월 학생들의 추억을 품고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맛집에게는 이러한 위기가 더욱 쓰라리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대학가 맛집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기대한다. /양소현 썸데이 기자단
양소현 썸데이 기자단 ingagh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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