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앙코르·카호키아.. 그곳은 天災와 人災가 만나 버려졌다

오남석 기자 2021. 9.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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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도라도나 아틀란티스와 같은 '사라진 도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소설이나 그림, 영화 등 다양한 예술작품에 등장했다.

저자는 신석기 시대인 9000년 전 지금의 터키 중부에 자리 잡았던 차탈회위크, 로마제국의 전성기에 화산폭발로 멸망한 폼페이, 크메르제국의 수도였던 앙코르, 대항해 시대 이전 북아메리카 최대 도시였던 카호키아 등 4개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되짚으며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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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 애널리 뉴위츠 지음 /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엘도라도나 아틀란티스와 같은 ‘사라진 도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소설이나 그림, 영화 등 다양한 예술작품에 등장했다. 모두가 행복했던 이상적인 세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장소 등 판타지 요소가 대중의 흥미를 잡아끄는 까닭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도시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무시무시한 외부의 힘에 의해 일순간 사라져버린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애널리 뉴위츠는 새 책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원제 Four lost cities)에서 광범위하고 풍부한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사라진 도시’ 신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신석기 시대인 9000년 전 지금의 터키 중부에 자리 잡았던 차탈회위크, 로마제국의 전성기에 화산폭발로 멸망한 폼페이, 크메르제국의 수도였던 앙코르, 대항해 시대 이전 북아메리카 최대 도시였던 카호키아 등 4개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되짚으며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그 도시들은 행방불명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버린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이유들이 있었다.”

저자는 저마다의 이유로 종말을 고한 이들 도시의 공통점으로 “모두 오랜 정치적 불안정에 기후 위기가 겹쳤다”고 말한다. 천재(天災)가 지도자와 정치의 실패, 즉 인재(人災)와 만나면서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게 하는 ‘상당한 이유’가 됐다는 얘기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앙코르다. 앙코르는 지금의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 등의 영토를 아울렀던 크메르제국의 수도로, 전성기였던 10∼11세기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앙코르와트 등 눈부신 유산으로 빛나던 당대 세계 최대 도시 앙코르가 무너지는 데는 5세기가 채 걸리지 않았다. 왕과 지도자들은 잘 닦인 도로와 훌륭한 하수도 등 도시 생활에 필수적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민생을 챙기기보다는 점성술에 의지해 저수지나 수리시설을 개조했는가 하면 정치적인 계산으로 각종 불상을 비롯한 멋진 시설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결국 14∼15세기에 들이닥친 홍수와 가뭄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채 크메르 왕실은 프놈펜으로 수도를 옮겼고, 제국의 수도 앙코르는 역사의 뒤안길로 묻혔다.

저자는 “역사적 증거는 지난 8000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도시를 선택하고 버려왔음을 보여준다”며 역사 속 대도시의 죽음이 현대 대도시의 운명과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특히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빼곤 대도시의 죽음이 천천히 점진적으로 이뤄졌다는 저자의 진단은 무시할 수 없는 경고로 들린다. “지나고 보니 분명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었던 점진적인 재앙이었다 … 하루하루의 변화만을 가지고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이 도시의 극적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356쪽, 1만6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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