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약 100개의 '의'가 펼치는 환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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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의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그림과 글자를 연결해서 '어린이의' '어린이의 세상의' '이 모든 신기한 것의' 등 여러 가지 나만의 제목을 상상해본다.
한 음절의 이 짧은소리는 그림과 그림, 생각과 생각을 연결하면서 책 안에서 이야기의 달리기를 조직한다.
이 책은 2015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고 2020년 모에(MOE) 그림책상을 받은 주나이다가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한 첫 번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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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 주나이다 지음 / 비룡소
이 그림책의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표지에는 한 어린이를 그린 그림이 있다. 그 어린이는 ‘터널 저편의 눈 내리는 풍경의 종착역’과 ‘고향 섬의 등대의 꼭대기의 서커스 극장’으로 장식된 검은 모자를 썼고 빨간 코트를 입었다. 어린이의 입에서는 ‘의’라는 글자가 나온다. 별도로 디자인된 제목은 없다. 오른쪽을 묶은 제본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어서 책을 읽는 방향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다. 일본에서 출간된 책의 원제는 ‘…no(の)…’이고 한국어판은 ‘의’라고 읽는다. 그림과 글자를 연결해서 ‘어린이의’ ‘어린이의 세상의’ ‘이 모든 신기한 것의’ 등 여러 가지 나만의 제목을 상상해본다.
작가는 책 속의 ‘의’를 이어달리기의 배턴과 같은 말이라고 표현한다. 한 음절의 이 짧은소리는 그림과 그림, 생각과 생각을 연결하면서 책 안에서 이야기의 달리기를 조직한다. 이 책은 2015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고 2020년 모에(MOE) 그림책상을 받은 주나이다가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한 첫 번째 그림책이다. 작품 속 문장에서 우리는 약 100개의 ‘의’를 만날 수 있다. 세로로 쓰인 문장들은 그림에 사로잡힌 독자의 마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오른쪽 위로 살짝 비켜 있다. 표지를 열자마자 ‘나의’라는 선명한 말로 백색의 공간을 선점하며 시작한 책은 ‘나’라는 확정적 선언으로 끝난다. 판권 관련 내용과 작가 프로필은 뒤표지에 돋보기를 대야 할 정도의 작은 글씨로, 최소한만 적혀 있다. ‘의’를 금박으로 새겨넣은 책등은 빛이 반사되는 각도에 따라서 글자가 눈에 띄었다가 안 띄었다가 한다. 글자가 잘 안 보일 때는 제목이 없는 신비한 책처럼 느껴진다.
독자는 80쪽에 걸쳐서 ‘의’가 펼치는 환상의, 환상의, 또 다른 환상의, 환상들을 본다. 24세였던 2002년 오사카 전시로 활동을 시작한 주나이다는 자신의 그림에 제목을 잘 달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제한 없는 상상이 독자에게 닿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끝없는(endless)’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으며 변해가는 이미지를 종이에 그리고 싶어 한다. 이스트반야이의 ‘줌’, 이수지 작가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요르크 뮐러의 ‘책 속의 책 속의 책’이 보여줬던 회귀의 구조와 안노 미쓰마사나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가 재현한 유럽의 이미지들이 겹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문제작이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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