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때 임시착륙한 승객 6595명을 포용한 加 갠더 주민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01년 9월 11일.
"비행기가 꼬리를 물고 줄줄이 활주로에 들어섰다. 공항 울타리에 늘어선 주민들은 차 옆에 붙어 선 채로 비행기 승객에게 손을 흔들었다." "원하는 만큼 머물러도 좋으니, 있다가 나갈 때는 문을 잠그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다. 마음의 고통을 덜어 주는 특별한 행동이었다. 세상이 삭막하지만은 않다는 안도감을 주는 표지였다." "회관 안에 있으면 텔레비전 뉴스를 피할 수 없어 괴로웠다. 두 사람이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는 걸 눈치챈 향군회 사람들은 돌아가며 그들 곁을 지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짐 디피디 지음│장상미 옮김│갈라파고스
2001년 9월 11일. ‘그날’. 미국 상공에는 4546대의 비행기가 운항 중이었다. 납치된 2대의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국방부 청사에 충돌한 후, 이 비행기들은 갈 곳을 잃었다. 특히, 유럽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가던 국제 항공편 400여 편의 입장이 난처했다. 미국이 자국 보호를 위해 영공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회항했으나 대부분은 캐나다에 임시 착륙했다. 책은 그때의 이야기. 35대의 비행기 6595명의 승객과 조종사, 승무원이 어느 작고 낯선 섬마을에 내려 일주일을 보낸다. 충격과 불안, 슬픔을 어찌할 바 모른 채. 기자인 저자는 캐나다 뉴펀들랜드 갠더에서 이들이 살아낸 일주일을 취재했다. 비행기 안과 밖의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보듬는지. 가장 어두운 때에, 인간은 과연 어떤 식으로 사랑을 하는지.
갠더의 주민 수는 약 1만 명. 불시착한 인원수를 생각하면 마을 하나가 통째로 온 셈이다. 보안관은 마을을 돌며 전화로 부탁받은 포옹을 대신 전한다. 초등학교 교사는 이들이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도록 전 세계로 팩스를 보낸다. 약이 필요한 승객들을 위해 약사들은 10여 개국에 전화를 돌려 각 나라의 처방전을 해석한다. 주민들은 집과 샤워실을 내준다. 동물 보호소 직원들은 비행기 안 동물들을 구출해 낸다. 갠더의 주민들은 참담함에 휩싸인 이들의 마음에 ‘빛’이 스며들게 해줬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다. “비행기가 꼬리를 물고 줄줄이 활주로에 들어섰다. 공항 울타리에 늘어선 주민들은 차 옆에 붙어 선 채로 비행기 승객에게 손을 흔들었다.” “원하는 만큼 머물러도 좋으니, 있다가 나갈 때는 문을 잠그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다. 마음의 고통을 덜어 주는 특별한 행동이었다. 세상이 삭막하지만은 않다는 안도감을 주는 표지였다.” “회관 안에 있으면 텔레비전 뉴스를 피할 수 없어 괴로웠다. 두 사람이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는 걸 눈치챈 향군회 사람들은 돌아가며 그들 곁을 지켰다.”
책은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됐으나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다가, 19년 만에야 나오게 됐다. 책을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멀리서 온 사람들’이 최근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탄 게 계기다. 책은 따뜻하고 코끝 찡하지만, 테러, 희생, 추모, 전쟁 같은 참혹한 단어로 둘러싸인 9·11 20주기를 이 동화 제목 같은 ‘갠더에서의 일주일’로 기리는 게 온당한지 자문하게 된다. 동시에, 왜 우린 20년 전의 일화를 여전히 곱씹어야 하는지도. 그건 아마 ‘인간다움’에 희망을 걸지 않으면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무너지는 세계에서도 인간은 최선의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책은 그 의지를 격려한다. 그래야만 하는 시대를, 우린 살고 있다. 304쪽, 1만5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은영 “연애시절 남편에게 정자라도 달라고 했다”
- 진중권 “긴급재정명령권 요건 아나” vs 홍준표 “사법시험 합격한 사람”
- 김부선 “강용석, 구속되면 이재명과 민사재판 자신없다”
- 블랙핑크 제니, 속옷만 입고 파격 노출
- 전지현 아들, 국제학교 학비만 연 3600만원
- 윤석열 “‘고발 사주’ 질질 끌면서 냄새 풍겨…결론내라”
- ‘불륜 침입’ 인정안한 대법, 왜?…간통죄 꼼수부활 제동
- 혜은이 “지인에 또 사기 당해…배신감이 더 커”
- 이재명 27.0% - 윤석열 24.2%…7개월만에 지지율 역전
- 의사 행세하며 미성년자와 성관계 30대 항소심서 무기징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