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커피가 특별한 이유
달랏(Da Lat)은 베트남 사람들도 사랑하는 여행지다. 최적의 온도와 습도, 보랏빛 꽃들과 투명한 공기, 더위를 씻어주는 청량한 빗줄기,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축물들과 여유로운 사람들…. 그리고 베트남 최고의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베트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한편으로는 여행 재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푸꾸옥(Phu Quoc)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여행을 허용할 계획이다. 아직 세부 방침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가 승인한 리조트와 관광지에만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주요 시장으로 한국을 꼽고 있어 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베트남 최고의 커피 산지, 달랏
달랏은 프랑스인들이 만든 인공적인 휴양지였다. 호치민의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원하고 쾌적한 도시를 찾아낸 그들은 호수를 만들고 고급 빌라를 지었으며 철로를 깔았다. 달랏의 자연환경이 커피 재배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아예 커피 생산지로 삼기에 이른다. 베트남은 아라비카종보다 맛이 쓰고 카페인이 강한 대신 병충해에도 강해 쑥쑥 잘 자라는 로부스타종을 주로 생산하는데, 로부스타종은 대부분 우리가 자주 즐기는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로 쓰인다. 하지만 고지대인 달랏은 아라비카종 생산이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에 달랏 커피 농가들은 앞장 서서 커피 고급화에 힘쓰고 있다.
●베트남 커피의 자부심
달랏 곳곳에는 좋은 원두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독자적인 카페들이 많다. 베트남 최대, 최고의 커피 산지라는 자부심과 특유의 매력적인 카페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달랏 교외에는 커피 농장과 체험시설을 겸한 카페도 많다. 그중 한 곳인 메린 커피농장(Me Linh Coffee Garden)은 족제비똥 원두로 만든 위즐(Weasel)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귀족들이 즐기던 커피 문화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커피 열매를 먹고사는 사향족제비의 배설물에서 원두를 채취해 깨끗하게 씻은 다음 잘 볶아서 커피를 만드는데 진하면서도 특유의 산미가 있어 비싼 값에도 찾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참고로 동물을 이용한 커피 재배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농가만이 가능하다.
●베트남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법
맛이 부드럽고 로스팅 방식에 따라 깊이를 다채롭게 구현할 수 있는 아라비카종 커피에 비해 로부스타종 원두는 쓴맛이 강해서 로스팅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러나 그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베트남 고유의 커피 문화가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커피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베트남 커피는 매우 색다른 매력이 있다. 우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피 드리퍼와 다른 형태의 드리퍼를 사용하는 데 이를 ‘핀(Phin)’이라고 한다. 작은 컵과 필터, 뚜껑으로 되어 있는데, 천천히 커피를 진하게 우릴 수 있는 베트남 전통 방식의 커피 추출법이다.
●연유와 함께 즐기는 중독성 강한 그 맛
베트남 커피를 제대로 즐기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연유(Condensed Milk)다. 우유를 저온 살균하여 진공상태에서 농축한 연유는 진한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쓰고 진한 베트남 커피와 달달한 연유의 궁합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커피잔 아래에 연유를 깔고 다크 로스팅한 커피원두가 가득한 핀 드리퍼를 올려놓은 형태가 가장 일반적인 베트남 커피라 할 수 있다. 진하고 달콤한 맛이 꽤 중독성 있다. 핀 커피는 베트남식 연유커피의 한 종류로 컵 아래 연유가 들어있고, 그 위로 커피가 내려진다. 베트남 커피에는 연유 외에도 다양한 재료가 쓰인다. 계란, 요구르트, 코코넛, 치즈, 버터 등 지금껏 맛보지 못한 창의적인 메뉴가 가득하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베트남 카페 문화
베트남에 처음 방문한 여행자들이 가장 놀라는 점 중 하나는 어마어마한 카페 숫자일 것이다. 번화한 관광지, 한적한 동네 할 것 없이 수많은 현지인들이 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콘셉트의 카페는 물론, 젊은이들에게 인기 많은 레트로 콘셉트의 카페, 스타벅스 못지않게 엄청난 지점 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다채로운 카페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베트남 카페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간단한 식사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카페는 주로 케이크나 베이커리류 정도만 다룬다면, 베트남은 반미, 쌀국수, 볶음밥 등 메뉴가 꽤 다양할 뿐만 아니라 맛도 좋은 편이다. 대형 카페는 아예 반미 코너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을 정도다. 베트남의 한낮, 카페는 가장 편안한 피난처이자 아지트가 된다.
▶알아두면 좋을 베트남 커피 종류
ㆍ카페 덴 농(Ca Phe Den nong) - 핀 드리퍼로 내린 뜨거운 블랙커피.
ㆍ카페 쓰어 농(Ca Phe Sua nong)- ‘쓰어’는 연유라는 뜻. 연유가 깔린 잔 위에 핀 드리퍼를 얹어 준다. 커피가 다 내려진 다음에 조금씩 저으면서 마시면 된다.
ㆍ카페 다(Ca Phe DA)- 핀 드리퍼로 내린 차가운 블랙커피.
ㆍ카페 쓰어 다(Ca Phe Sua DA) - 연유가 들어간 아이스커피. 주로 바닥에 연유가 깔려있으므로 조금씩 저어서 마시면 된다. 달달하고 시원해서 인기.
ㆍ카페 쭝(Ca Phe Trung)- 일명 에그커피. 달걀노른자에 바닐라 시럽을 넣고 곱게 간 크림을 사용한다. 따뜻하게 데운 커피 잔에 달걀크림을 가득 넣고 그 위에 진한 커피를 부어, 부드러운 크림과 진한 커피의 맛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베트남식 커피.
ㆍ코코넛 밀크 커피(Cot Dua Ca Phe)- 진한 커피와 코코넛 밀크가 어우러진 베트남에서 핫한 커피 종류 중 하나. 얼린 코코넛 밀크를 곱게 갈아 커피 위에 얹어 주는데 커피보다는 커피 스무디에 가깝다. 얼음을 넣은 커피보다 시원하면서 달콤한 맛이 일품.
자료 제공: 트래비 (Travie), 메콩 연구소, 한-메콩 협력기금 (Mekong Institute, Mekong-ROK Cooperation Fund)
*푸꾸옥 여행재개 프로그램은 베트남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 7월13일자, 8월20일자 보도 참고.
글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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