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에서 수평선까지, 만경강 라이딩
평야를 지나 항구까지, 선을 따라 달렸다.
지평선에서 출발해 수평선에서 멈춘 만경강 여정.
▶만경강 자전거길
코스│전라선 삼례역→군산시 대야면→김제시 심포항→장항선 대야역
주행거리│65km 소요시간│5시간 30분 난이도│하
휴식 포인트│삼례역에서 약 8.5km 지점, 익산 삼일교회 ‘참새 방앗간’에서 무료로 생수와 커피를 제공한다. 강가 자전거길 대신 뚝방길을 달려야 볼 수 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하자. 감사의 글을 남기는 센스도 잊지 말 것.
준비물│주행길 내내 매점을 찾기 힘드니 충분한 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게 좋다.
기타│언덕 하나 없는 평탄한 지평선 자전거길. 내비게이션이 알려 주는 길만 따라가면 지루할 수 있으니, 중간에 주변 마을과 평야지대 농로를 달려 보는 것도 좋다. 심포항 근처 망해사는 꼭 들르길. 바다에 바로 면해 있는 독특한 사찰 풍경을 볼 수 있다.
●호남평야, 지평선 위 자전거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만경강 자전거길.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흐르는 만경강은 동진강과 함께 내륙의 흙과 모래를 실어 날라 국내 최대 곡창지대 호남평야를 만들었다. 길게 이어진 평야지대는 비탈진 언덕 하나 없이 순하고 평탄하다. 두 다리의 근육도, 푸르른 지평선을 바라보며 달리는 여행자의 눈도, 피로를 모른다. 예로부터 먹을 게 넉넉하니 만경강 주변 사람들의 인심도 후하다. 자전거길 주변에 매점 하나 없지만, 목을 축일 오아시스는 도처에 있다. 교회에서 마련해 놓은 쉼터도 그중 하나다.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한 잔에 수분과 에너지가 동시에 충전된다.
●또 다른 선
드넓게 펼쳐진 논을 달리다 보면 유독 자주 보이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전봇대다. 줄줄이 이어진 전봇대들은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지형이나 구조물이 없기에 더욱 눈에 띈다. 그러니 호남평야엔 지평선만 있는 게 아니다.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에 길게 늘어진 전깃줄과 통신선도 있다. 마을과 마을, 마음과 마음을 잇는 회로를 따라 페달을 밟는다.
●항만 도시에 숨겨진 상처
군산시를 지날 때면 다리보다 마음이 먼저 뻐근해진다. 일제시대의 흔적 때문이다. 과거에 일본은 지금의 군산시에 철도를 부설하고 간척사업을 통해 택지를 확보했다. 군산항을 거쳐 호남평야의 농산물을 일본으로 빼돌리려는 속셈이었다. 조그만 어촌은 번듯한 항만 도시가 됐지만, 일제의 수탈은 이어졌다. 군산으로 이어지는 만경강을 달리다 보면 그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1935년에 건설된 군산 대야면의 입석배수지 건물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건물터에 올라 만경강과 주변 평야를 바라보면, 우리 역사의 아픔이 바람을 타고 마음에 닿는다.
●부활을 꿈꾸는 심포항
만경강을 달려 내려온 자전거는 강 끄트머리에 위치한 심포항에서 멈췄다. 심포항은 규모가 꽤 큰 포구였다. 서해와 갯벌에서 잡힌 조개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된 이후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작은 항구로 전락했다. 지금은 방조제 수문 하나를 겨우 통과하는 작은 어선들만 정박해 있다. 심포항은 예전의 영화를 다시 누리길 기대하고 있다. 언젠가 새만금 방조제 수문이 모두 열려 온전한 수평선이 보일 날이 올 거라 믿기 때문에. 갯벌에 비스듬히 박혀 있는 폐선은 부활을 꿈꾸는 중이다.
▶Tips for Bike Trip
잊지 마세요, 물, 물, 물!
강길 자전거 여행의 필수 준비물은 물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강길에서 매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부러 주변 마을로 들어가지 않는 한, 사전에 준비한 물에 의존하며 달려야 한다. 물은 체내 세포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수분이 부족할 경우 페달을 밟는 다리 근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사전에 충분한 물을 준비하거나 라이딩 도중 물을 공급받을 위치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이호준 작가의 자전거 여행
무수한 도시와 촌락, 아름다운 사찰과 서원, 다양한 삶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페달을 밟습니다. 강길 따라 흘러가는 국내 자전거 여행. 따르릉, 지금 출발합니다.
글ㆍ사진 이호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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