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맞는 장비가 최고, 친구의 조언은 참고만
글 손수원 기자 2021. 9. 10. 09:15
['등산 1학년'을 위한 가이드] 장비
처음부터 비싼 장비 한꺼번에 구입보다는 우선 자기 스타일 파악해야
처음부터 비싼 장비 한꺼번에 구입보다는 우선 자기 스타일 파악해야
면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등산하는 ‘등산 1학년’이 많다. 처음부터 돈을 들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을 필요는 없지만 ‘동네 뒷산’을 벗어날 계획이 있다면 산행에 익숙해진 후 최소한의 등산장비를 갖추어야 안전하게 오랫동안 등산을 즐길 수 있다. ‘등산 1학년’을 위한 등산 장비 5계명을 알아보자.
첫째, 처음부터 모든 장비를 다 사지 마라
‘오늘부터 등산 시작이다!’라며 일괄적으로 등산 장비를 산다면 나중에 후회할 확률이 높다. 일단 산행을 다녀온 후 무엇이 가장 불편했는지를 복기하라. 돌이 많은 너덜길에서 발이 아팠다면 조깅화 대신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면바지를 입었는데 땀이 차고 불편했다면 흡습속건성과 신축성이 있는 등산바지가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가장 불편한 것부터 하나씩 마련하는 것이 알찬 장비 마련 비결이다.
둘째, 처음부터 비싼 걸 살 필요 없다
비쌀수록 성능이 뛰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싼 것이 무조건 ‘비지떡’은 아니다. 처음에는 이름 있는 중저가 브랜드의 장비를 사서 산행을 다녀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지형엔 어떤 종류의 등산화가 어울리는지 알게 되고, 등산스틱은 어떻게 사용해야 몸이 편해지는지 알게 된다. 이렇게 장비에 대한 이해와 자기 산행 스타일을 파악한 다음, 조금 더 비싼 장비를 사도 늦지 않다.
셋째, 다른 사람이 추천한다고 무조건 사지 마라
산 좀 다녀본 사람이 추천하는 장비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고 산행 스타일이 다르다. 바위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등산화가 흙산을 자주 다니는 내 스타일과 맞을 리 없고,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추천하는 커다란 배낭이 당일 산행을 하는 나의 스타일과 맞을 리 없다. 우선 나는 어떤 산을 어느 거리만큼 다니는지 파악하고 장비 시용에 익숙해지자. 장비 추천은 그 이후에 받아도 된다.
넷째, 장비는 꼭 비교하라
등산장비점에 가서 판매원의 말만 듣고 곧바로 장비를 구입하지 말자. 판매원은 고객의 취향과 체형을 고려해 최적의 장비를 추천해 주지만, 고객 입장에선 의도치 않게 비싼 장비를 사게 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장비를 추가적으로 사는 경우가 생긴다. 우선, 여러 장비점을 둘러보면서 나에게 맞는 장비는 어떤 모델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가성비’를 따져보자.
다섯째, 무조건 ‘최저가’를 고집하지 마라
같은 제품이라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가격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가격으로만 보자면 당연히 인터넷 쇼핑몰이 정답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해외브랜드 제품은 직수입이나 병행수입 제품이 저렴하지만 정식수입 제품에 비해 AS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등산 장비는 필연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식 AS가 되지 않는다면 비싼 돈을 들여 사설 수리업체에 맡기거나 최악의 경우엔 고치지 못해 버려야 할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가격 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 게 아니라면 추후 AS에 대한 보험이라 생각하고 적당한 선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돈 버는 일일 수도 있다.
‘등산 1학년’을 위한 필수 장비 구입 TIP
등산복
등산복은 기본적으로 속옷, 보온옷, 겉옷을 준비해야 한다. 속옷은 피부에 닿는 첫 번째 등산복을 말한다. 촉감 좋고 땀이 잘 마르며 신축성이 좋아 격한 움직임에도 편안한 기능성 소재의 등산복이 좋다. 보온옷은 플리스재킷이나 다운재킷처럼 체온을 유지해 주는 옷이다. 겉옷은 고어텍스 같은 방수방풍 재킷을 말한다. 이 세 가지 옷을 계절과 기상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합해 입어야 한다.
등산화
비교적 낮은 산을 짧게 걷는 초보자는 발목이 낮은 경등산화를 선호한다. 하지만 가벼울수록 충격 흡수가 안 돼 관절이나 연골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며 발이 쉽게 피로해진다. 발목 부상을 입을 확률도 높아진다. 초보자라도 발목을 잡아 주는 미들컷 등산화가 낫다.
등산화는 족형에 따라 착용감이 달라지므로 신어보고 골라야 한다. 발볼이 적당하되 손가락 하나 정도 여유 있게 고르는 것이 좋다. 등산화의 기능을 최대화하려면 양말도 합성섬유와 모毛로 만든 기능성 등산양말을 골라야 한다.
배낭
배낭은 작은 것보다 약간 큰 것이 좋다. 20~25리터 배낭은 당일 산행용이라 해도 활용도가 떨어진다. 산행 횟수가 늘어나면 내용물도 점점 늘어나게 된다. 30~40리터 배낭을 추천한다.
배낭 또한 직접 착용해 보고 고르길 권한다. 어깨와 목이 만나는 부위에서 골반까지 길이(토르소)를 재어 배낭 사이즈를 결정해야 한다. 배낭을 멜 때 허리벨트는 골반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놓고 당겨줌으로써 배낭 무게가 어깨에 집중되지 않도록 골반으로 분산시켜 준다. 그 다음 어깨 멜빵을 당겨 조이고, 배낭 윗부분에 있는 무게중심 조절끈을 당겨 배낭을 등에 밀착되도록 한다. 가슴벨트는 꽉 조이면 호흡이 불편하므로 적당히 채워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