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겸손하라, 생길 사고도 비껴간다
글 사진 신준범 차장대우 2021. 9. 10. 09:15
['등산 1학년'을 위한 가이드] 산행법
등산 생각보다 위험해, 브랜드로 사람 평가하는 무리 피해야, 걸음 11자로 짧게
등산 생각보다 위험해, 브랜드로 사람 평가하는 무리 피해야, 걸음 11자로 짧게
겸손을 갖추면 등산 초보 딱지는 뗀 것이다. 모든 사고는 등산을 만만하게 보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산이 히말라야도 아니고 까짓것 얼마나 힘들겠어’하는 자만심이 부상을 부른다. 의외로 등산은 위험한 취미 활동이다.
복잡한 지형을 몇 시간 동안 오르내리는 등산에 쓰이는 근육은 평소 사용하던 근육이 아니다. 단순히 계단을 올랐다 내려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한 동작과 미세한 근육을 모두 사용하게 된다. 체력 소모가 크고, 에너지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하면 가파른 곳에서 미끄러짐이나 추락으로 골절 혹은 인대 부상 입을 확률이 높다.
기초 체력 뛰어나도 산에서는 초보자
산은 날씨의 변화도 심하며, 해발 100m씩 고도를 높일 때마다 0.6℃씩 기온이 떨어지므로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처럼 높은 산에서는 바람까지 감안하면 도시에 비해 10℃ 이상 기온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보자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해 목숨의 위협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고생을 경험하고 ‘다시는 산에 오나 봐라’고 투덜거리며 하산할 가능성이 높다.
일주일에 3번 이상 헬스장에서 운동한다고 해서 초보자가 당장 등산 고수가 될 수는 없다. 쓰이는 근육이 다르고, 장비와 산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경험치다. 체력도 중요하지만 경험치가 쌓이면 최소한의 장비로 안전하고 쾌적한 산행을 할 수 있다.
겸손을 갖추면 자연스레 경험치를 빠르게 쌓을 수 있다. 산행 전 사전 조사를 비롯, 장비 준비 등 더 꼼꼼하고 치밀한 준비를 하게 된다. 무리한 코스보다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코스부터 차근차근 산행 난이도를 높여 가기에 안전하게 체력과 경험치를 높일 수 있다.
자극적인 잘못된 등산 정보 난무해
최근에는 유튜브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등산도 정보의 홍수 시대다. 자극적인 잘못된 정보, 혹은 초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도 많다. 초보자는 가급적 남에게 보이는 외형적인 것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는, 산행을 통해 자연을 제대로 체험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물론 기본적인 장비가 필요하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경우가 많다.
브랜드로 상대를 평가하는 사람들 무리에 섞이게 되면 처음엔 빠르게 등산 기술을 배우는 것 같아도, 결국 치유 받고자 온 산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비대면 시대인 만큼 좋은 등산 선배가 없다면 홀로 하는 산행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내 자신과 자연에만 집중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기회가 된다.
차곡차곡 단계 밟아 올라서야
급한 마음을 접어라.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같은 유명한 산 정상에 서고 싶겠지만 동네 뒷산부터 시작해야 한다. 초보자라도 몸에 큰 장애가 없다면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오를 수 있겠지만, 준비된 상태가 아니기에 제대로 지리산의 매력을 음미하기 어렵고 오히려 산을 멀리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낮은 동네 뒷산부터 시작해서 모든 코스들을 차곡차곡 답사해야 한다. 뒷산을 손바닥처럼 알게 되었다면 가장 길고 센 코스로 산행을 하자. 그 뒤에도 근육통이나 별다른 후유증이 없다면 더 높은 근교산으로 난이도를 높이면 된다. 북한산처럼 큰 산은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므로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택해야 한다. 눈높이에 맞는 코스를 택하는 것도 중요한 등산 기술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산행법
위험하면 ‘빽Back’ 하라. 등산을 잘하는 사람은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계획한 코스를 완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전하게 다치지 않고 집에 돌아오는 사람이다. 산행은 변수가 많으므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언제든 정상을 포기하고 뒤돌아서거나, 계획했던 코스보다 짧은 코스로 탈출하는 사람이 등산 잘하는 사람이며, 믿을 만한 산행 대장이다.
걸음은 11자로 짧게
산행의 기본은 걷는 것이다. ‘11자로 짧게’를 기억하라. 산에서의 과도한 팔자걸음은 에너지 소비가 크고 비정상적인 관절 마찰로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발끝이 11자가 되도록 걸어야 에너지 효율이 높고, 관절과 연골에도 후유증이 없다.
보폭은 짧게 해야 근육과 인대에 무리가 되지 않으며 효율적인 산행이 가능하다. 초보자는 산에서 빨리 가려는 급한 마음을 버릴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고 안전하다. 특히 내리막과 오르막에서 가까운 곳을 디뎌야 사고도 예방하고 부상도 줄일 수 있다.
‘워킹산행에서 배울게 있나? 그냥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초보자들이 대부분이다. 도움이 되는 등산 노하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기본은 ‘겸손한 마음’이다. 입산 때 겸손을 기억하자. 더욱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