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시즌' 위기 오타니, 강제 휴식으로 반전?[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인터리그가 오타니의 반전 계기가 될까. 지친 오타니가 천금같은 휴식 기회를 얻었다.
LA 에인절스는 9월 8일과 9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원정 2연전을 가졌다. 에인절스는 샌디에이고와 1승 1패를 기록했고 오타니 쇼헤이는 시리즈 1차전에만 대타로 출전해 내야안타를 기록했다.
이 내야안타는 오타니가 10타석만에 기록한 안타였다. 지난 5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한 뒤 6-7일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한 오타니는 이날 내야안타로 9월 3번째 안타를 신고했다.
오타니는 최근 최악에 가까운 타격을 하고 있다. 8일까지 9월 6경기에서 21타수 3안타, .143/.182/.286 1홈런 3타점, 1볼넷 9삼진을 기록했다. 8월 한 달 동안 29경기에 출전해 .202/.345/.404 5홈런 8타점, 21볼넷 35삼진을 기록한 오타니는 9월 들어 더욱 타격감이 떨어졌다. 오타니가 9월 첫 6경기에서 기록한 OPS+(조정 OPS)는 -2. 리그 평균(100) 이하인 것을 넘어 출전하지 않는 것이 팀 타격에 훨씬 도움이 되는 수준이었다.
전반기 84경기에서 .279/.364/.698 33홈런 70타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오타니는 후반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까지 오타니는 후반기 49경기에 타자로 출전해 .217/.342/.446 10홈런 23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MVP 후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성적이다.
전반기에 1.062였던 OPS는 현재 0.964까지 떨어졌다. 전반기 OPS 1.089를 기록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TOR)가 여전히 1.00을 훌쩍 넘는 OPS를 기록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타니가 얼마나 최악의 흐름으로 후반기를 치르고 있는지가 여실히 나타난다.
결국 체력 문제다. 투타를 겸업하며 지명타자로 거의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오타니는 최근 완전히 지친 모습이다.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오타니는 타석에서 속구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이 최근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오타니는 8월 한 달 동안 속구 계열 공을 상대로 타율 0.163, 장타 1개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9월에도 속구 계열 공을 상대로 타율 0.200에 그쳤다. 포심 패스트볼에 배트가 완전히 늦어 헛스윙을 하거나 3루-좌익수 방향으로 높게 뜨는 플라이볼로 아웃되는 장면이 거의 매 경기에 나오고 있다. 7월까지의 오타니는 속구를 상대로 3할이 훌쩍 넘는 타율과 0.800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하는 타자였다.
배트가 속구를 전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지쳤다면 라인업에서 빠져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져 오타니를 제외하면 2021시즌 성과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된 에인절스에서 오타니가 휴식을 취하는 일은 없었다. 성적이 수직하락을 하는 동안에도 고집스럽게 테이블세터로 출전했고 성적 하락이 더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투타 겸업' 타이틀을 제외하더라도 MVP의 유력 후보였던 오타니는 이제 '투타 겸업' 타이틀 없이는 MVP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민망한 상황이 됐다. 더 적은 타석을 소화했지만 비율 지표에서 완전히 뒤쳐진 오타니는 타자로 한정할 때 냉정히 게레로의 경쟁자라고 보기 어렵다. 이대로라면 '타자 오타니'는 타율 2할 4푼, OPS 0.900 전후의 전형적인 '공갈포'로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오타니에게 천금같은 휴식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명타자인 오타니가 선발출전을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인터리그 일정 덕분이다. 샌디에이고와 2연전을 마친 에인절스는 10일 하루 휴식일까지 있다. 오타니는 3일 동안 단 한 타석만 소화하며 '강제 휴식'을 갖게 됐다. 시속 90마일대 초반의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에도 배트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지친 오타니에게 3일은 천금같은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3일의 강제 휴식에도 불구하고 지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오타니는 그야말로 용두사미로 올시즌을 마치게 될 수도 있다. 게레로는 현재 아메리칸리그 타율, 출루율, OPS, 최다안타 1위고 홈런 3위, 타점 4위다. 타격 3관왕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게레로가 타격 3관왕에 오른다면 오타니의 투타 겸업 타이틀도 빛이 바랠 수 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fWAR)도 차이도 크다. 게레로가 9일까지 fWAR 6.2로 전체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오타니는 타자로 fWAR 4.6에 그치고 있다. 투수로도 fWAR 2.6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타자는 전체 13위, 투수는 전체 43위에 불과하다.
역사적이었던 전반기를 후반기에 다 망치고 있는 오타니가 과연 인터리그를 계기로 반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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