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통하는 '벽창호'와 대화하는 법

대화를 할 때 말이 통하지 않고 서로 엇나갈 때 나타나는 반응은 두 가지다. 말하기를 관두거나 험한 말로 상처를 주고 끝내는 경우다. 상종못하겠다며 관계를 끊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특히 종교관, 가치관, 정치관과 관련된 대화는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대화의 부재와 단절, 갈등과 혐오의 시대에 철학교수와 수학 박사가 나섰다.‘협상의 달인’‘논쟁의 귀재’로 불리는 포틀랜드 주립대 철학교수 피터 버고지언과 수학 박사 제임스 린지. 둘은 인지과학, 철학, 수많은 극단주의자들과 수천 시간에 걸친 대화를 바탕으로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상대방과 원활히 대화하는 법을 ‘어른의 문답법’(윌북)에서 일러준다.

말이 안통하는 사람과 왜 굳이 대화를 해야 할까? 저자들은 말에는 어떤 믿음이 깔려있고 내 믿음이 중요하듯이 타인의 믿음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령 파시스트들이 사방에 널려서 정권을 탈취하기 직전이라고 믿는다면,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나치를 타도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기 쉽다, 믿음이 중요한 이유는 옳은 믿음이든 그른 믿음이든 그 자체가 행동의 기준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대화는 바로 그런 믿음을 바꾸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 대화를 풀어나가기를 일종의 연마해야 할 기술로 본다. 따라서 일단 기본 원리부터 배워야 한다. 기본이 몸에 익으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능력이 발휘된다.

예의 있는 대화의 기본은 한마디로, 상대를 적이 아니라 협력 상대로 보는 자세다. 견해차가 큰 대화를 할 때 특히 중요하다. 그러려면 내 목표를 알고 상대의 의도를 너그럽게 해석해야 한다. 또 상대를 메시지 전달의 대상이 아닌 대화의 상대로 보고, 자기말을 하고 싶어도 참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게 필요하다.

논쟁적 대화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대화의 기술의 상급에 해당한다. 저자는 대화 중 반대나 비판을 제기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방이 말한 것을 명확하게 재정리하고 동의하는 점, 배운 점을 밝힌 다음 반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명 ‘레퍼포트의 규칙’이다. 이는 상호존중과 열린 자세를 보여준다.

대화를 틀어지게 하는 부정적 감정, 화를 잘 다스리는 실천법도 담았다.

특히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벽창호’와 같은 사람과 대화할 때 효과적인 ‘네가 인정할 수 있는 조건’을 되묻는 질문형 대화법 등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SNS의 발달로 일방의 욕설과 막말이 지배하며 점점 불신과 불통, 양극화로 치닫는 시대에 대화가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에 다가간 점이 여타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이윤미 기자

어른의 문답법/피터 버고지언, 제임스 린지 지음, 홍한결 옮김/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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