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의 불행이 경제성장의 결과라는 역설

2021. 9.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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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이라는 데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상담소를 방문한 청년 2만19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60퍼센트가 '나만 뒤처졌다'고 응답했다.

저자는 특히 90년대를 지나면서 국가주도의 권위주의 개발체제에서 재벌이 주도하는 성장체제, 즉 글로벌화, 자동화, 모듈화로 바뀐데 불행의 씨앗이 있다고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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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이라는 데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상담소를 방문한 청년 2만19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60퍼센트가 ‘나만 뒤처졌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최대 고민은 취업과 진로(50.4%)였다.

그런가하면 서울대가 발표한 서울대 학생복지 현황을 보면 재학생의 절반이 우울증세를 경험했으며, 2020년 12월 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17퍼센트가 죽음을 생각했다.

대한민국 20대의 자화상은 한마디로 암울하다. 그렇다면 핀란드 청년들은 어떤가? 이들은 기후변화와 세계평화를 걱정한다. 대학등록금이 없고 주거비와 학업지원 등으로 매달 60만원을 받으며, 취업준비를 위한 각종 지원혜택을 받는 이들의 고민은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복지학자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우리의 성공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덫이 됐다고 말한다. 지금의 불행은 역설적이게도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한국이 GDP 9위의 선진국이 됐는데도 왜 10명 중 6명은 ‘울분에 가득 찬’ 극도로 불안한 나라가 됐는지, 복지지출을 매년 늘리는데도 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수 년째 벗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통해 분석해 나간다.

저자는 특히 90년대를 지나면서 국가주도의 권위주의 개발체제에서 재벌이 주도하는 성장체제, 즉 글로벌화, 자동화, 모듈화로 바뀐데 불행의 씨앗이 있다고 주목한다. 기업과 나라는 점점 부자가 되어가는데 국민은 내몰려 점점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급여를 죄악시하는 풍토때문에 공적 복지가 늘어나지 않은 점도 지적한다. 이 역시 성장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고 불평등을 낮춘 놀라운 성공의 경험때문에 공적 복지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공적 복지가 약하다보니 개인들은 국가를 불신하고 보험과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늘리고 위험에 대비하는 투기사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지금의 2030세대는 ‘극한 상황’에서 국가의 도움을 실질적으로 받아본 경험이 제일 부족한 세대임을 강조한다. 유년기에는 IMF외환위기를 겪으며 중산층이었던 부모가 빚에 허덕이는 모습을 봐야 했다. 청소년기 혹은 대학 진학 당시인 2008년엔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며, 계층 상승의 마지막 기회인 진학과 취업에 매달려야 했고, 소득불평등을 해결할 길이 없어 자포자기 상태라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그들은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에 자신의 미래를 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복지국가의 재정의를 요구한다.단순히 먹고, 입고 몸을 누이는 생존식 복지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고, 청년들의 불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한 복지국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며 국가가 가족의 돌봄 노동을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2030세대의 복지사회의 조건인 일자리 창출 방안과 증세 등 구체적인 대안들을 담았다.

이윤미 기자

이상한 성공/윤홍식 지음/한겨레출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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