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못가니 선물은 고가로"..와인·한우세트 '불티'

김범준 2021. 9.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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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한우 예약 '평균 21만원'
롯데百 650만원짜리 와인 '완판'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올해 추석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명절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고향 방문과 가족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정성 담긴 선물 수요가 늘면서 식품·유통업계에서는 특색 있거나 고가 선물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이마트 매장에서 소비자가 과일 코너에서 추석 선물세트 구입을 위해 배와 샤인머스캣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이마트)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 사전 예약 판매율은 지난해 대비 40~50%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전에는 실용을 앞세운 가성비 상품이 사전 예약의 다수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 수요가 특히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그간 소비 패턴을 고려할 경우 오는 본 판매 기간에 프리미엄 상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 7월29일부터 9월3일까지 37일간 집계한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 실적에 따르면 관련 매출은 지난해 추석을 앞둔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폭으로 매출이 증가한 선물세트는 ‘배’로 전년 대비 약 2.4배(143.4%) 급증하며 매출과 판매량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우’ 32.6%, ‘주류’는 20% 늘며 추석 선물 선호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배는 단일 품목으로 구성한 과일 선물세트뿐 아니라, 종합 과일 선물세트 매출 상위 3개 품목에도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배 선물 수요가 높은 이유로 올해 배 작황이 좋은 데다 사전 계약을 통한 물량 확보로 지난해보다 가격을 평균 5%가량 낮춘 영향이 주효했다고 홈플러스는 설명했다.

5만~10만원대 과일 선물세트로는 ‘샤인머스캣’이 인기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샤인머스캣이 추석 선물세트로 처음 등장했을 당시 과일 세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3%까지 뛰었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 샤인머스캣 선물 세트 판매가 10% 이상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물량을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리는 한편 주요 세트 가격을 최대 20%가량 낮췄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모델이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 추석을 맞아 최고급 한우 선물세트인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을 선보인다. 가격은 250만원이다.(사진=현대백화점)
한우는 통상 고가 선물세트로 꼽히지만 역시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이번에 홈플러스가 예약 판매한 한우 선물세트 20종의 평균 판매가격(행사가 기준)은 21만원이다. 10만원 이하 중저가 상품은 단 4종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은 추석을 맞아 100만원 이상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50% 늘렸다. 본 판매 시작 전인 예약 판매 기간 동안에만 벌써 40% 이상 물량이 소진됐다. 250만원에 판매하는 최고가 상품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은 이미 초기 물량 중 절반 이상이 팔려나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에 따른 홈술(집에서 술마시기)과 혼술(혼자 술마시기)족을 위한 와인과 위스키 등 고가 주류 선물도 속속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많게는 수 백~수 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상품이지만 이미 품귀 현상을 빚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롯데마트에서 소비자가 와인 추석선물 세트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롯데쇼핑)
롯데마트는 이번 추석 선물 사전 예약 판매에서 주류 선물세트 매출이 190.6% 증가했다. ‘위스키 선물세트’는 157.6%, ‘와인 선물세트’는 210.6% 신장했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주류인 ‘싱글몰트 위스키 선물세트’와 ‘버번 위스키 선물세트’의 매출도 각각 764.5%, 346.7%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이 추석 선물로 선보인 최고 650만원에 달하는 고가 와인 총 12병도 일찌감치 완판됐다. 이 밖에도 유통가에서는 보드카, 전통주, 맥주 등 주류 선물세트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폭넓은 소비층을 겨냥하고 있다.

올해 한가위 선물은 지난 설보다 대체로 가격대가 더 올라갔지만 조기 완판이 예상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가 명절 선물 수요가 많은 이유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보복 소비’ 심리 영향 탓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화된 거리두기 지속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걸리면서 모임과 외식으로 기분을 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접촉을 자제는 언택트(비대면) 명절 분위기 속에 선물을 들고 귀성길에 오르는 대신 다양한 선물 배송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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