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기는 3기 신도시, 나는 해외 미래도시

이규화 2021. 9.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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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 텔로사(Telosa) 모습. 텔로사 트위터

유엔 2020년 통계에 따르면 2050년이면 세계인의 3분의 2가 도시에 살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절반 조금 넘는 인구가 도시에 산다. 선진국은 지금도 82%가 도시인이지만 그때는 더 도시에 집중돼 88%가 도시로 모인다. 한국도 현재 81%에서 86%로 늘어난다. 도시화(urbanization)는 20세기 인류문명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였고 21세기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도시를 어떻게 효율적이고 쾌적하게 유지, 건설하느냐는 각 나라마다 중요한 과제다. 도시문제는 제한된 지역에 많은 인구가 집중돼 편익보다는 비용이 더 커지면서 생긴다. 과도한 집값 상승, 교통체증, 용수부족, 공기·수질·토양 오염, 경제력 및 교육의 격차, 특정지역의 슬럼화, 청소년 비행과 노인소외 발생, 범죄율 증가 등 도시는 달갑지 않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그 해결방법은 보통 도시재생과 신도시건설이라는 두 갈래로 나타난다.

현대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는 흔히 '빅 딕(Big Dig)'으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시의 도시구조 재편 사업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간선도로들을 지하화하고 도심의 녹지와 보행공간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이 사업은 1990년대 초에 시작해 15년 이상 걸려 완공된 거대 프로젝트였다. 청계천 복원사업도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업의 모델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원형이 된 도시재생은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의 리버파크다. 도시 내를 흐르는 강의 범람은 골칫덩이였다. 거대한 배수구를 만들고 강 주변에 고급 상점과 호텔, 레스토랑, 휴식공간을 들이자 강 주변은 외면받던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명소가 됐다. 도시재생사업은 이렇게 서로 모델이 되어준다.

신도시건설의 성공모델을 꼽으라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비록 도시 편익의 과다집중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은 서울의 공간적 확장으로서 불가피했고 도시 기능 확충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같은 박정희 시대의 개발이었지만 성남시 개발은 미흡했고 슬럼화로 흘렀다. 반면 안산시는 지금도 매우 성공적인 신도시개발로 꼽힌다. 이런 노하우가 있어 1990년대 1기 신도시 건설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2기 신도시에 이어 현재는 3기 신도시를 추진 중이다.

현재 정부는 하남 교산과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인천 계양, 부천 대장, 광명 시흥 등 서울 주변 6곳에서 신도시 실시 설계를 진행 중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자 부랴부랴 마련한 신도시 계획안이기 때문에 졸속 성격이 짙다. 곳곳에서 주민들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고 자족기능 없는 또 다른 형태의 베드타운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는 집값 안정이라는 발등의 불만 끈다는 생각을 버리고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춘, 살고 싶은 공간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신도시는 달라야 하지 않겠나.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대표적인 해외 신도시 프로젝트를 참고할 만하다.

최근 미국 억만장자 마크 로어는 4000억 달러(468조원)가 투입되는 미래도시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텔로사(Telos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도시는 서울 면적(605㎢) 크기에 미국 서부 사막 지대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계획 인구는 500만 명으로 40년의 건설기간을 잡고 있다. 현대도시가 갖고 있는 혼잡, 오염, 범죄, 단절, 낭비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자율교통시스템, 수경재배, 탄소배출 제로를 추구한다고 한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의사결정 체제를 통해 새로운 민주적 운영방식을 선보인다고 하니 현대 도시행정 분야에서도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보다 앞서 지속가능한 미래 계획도시 모델로 관심을 모은 것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도시건설 프로젝트 '네옴(Neom)'이다. 지난 1월 새로 들어설 도시 이름을 '더 라인(The Line)'이라고 결정했다고 발표된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5000억 달러(585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사막 위에 들어서는 더 라인의 종축 길이는 170km에 이르는 선형(扇形)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라인 역시 탄소 제로 도시로서 자동차가 배제된 획기적인 이동수단이 구상 중이다. 도시 내 가장 먼 곳까지 20분 내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도시의 모든 기능이 AI에 의해 조절된다. 2030년까지 100만 명이 거주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텔로사와 더 라인에서 배울 점은 단기 목적에 급급하지 않는 장기적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점이다. 텔로사는 일본 도쿄의 청결, 미국 뉴욕의 자유, 스톡홀름의 사회적 서비스가 조화된 미래도시를 꿈꾼다. 더 라인은 AI를 이용해 주거, 교통, 에너지, 교육, 복지, 행정 기능들이 최적효율로 이뤄지게 한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두 도시의 건설 목적과 개념, 규모를 3기 신도시의 그것과 단순 비교할 순 없다. 그러나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의 언급처럼 "빵처럼 찍어낼 수 없는" 주택(아파트)의 공급을 부동산 실책 입막음으로 급히 추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해외 두 미래도시를 참고해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 미래도시는 창공을 훨훨 나는 알바트로스인데, 우리의 신도시는 당장의 주택난 해소에만 매달려 있다면 새이긴 하지만 하늘을 날지 못하는 키위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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