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social conventions)을 거스르는 건축가 나은중, 유소래(上)

효효 2021. 9.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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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97] 태평양, 대서양에 서식하는 연어는 강과 바다를 오가는 종류와 일생을 강에서만 지내는 종이 있다. 건축가들도 나뉜다. 요즘 나는, 국내 대학이라는 강에서 교육받고 해외라는 바다를 노닐다 다시 강으로 회귀한 건축가들을 많이 만난다.

그 실제 강, 한강에 건축사무소 '네임리스(Nameless)'의 나은중, 유소래 건축가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만든 '달빛 노들'(2021)은 서울의 속도와 밀도를 좀 비워내자는 생각으로 달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했다. 달은 동양적 미학의 모티프로 자주 소환된다. 또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달동네로 불리는 서민의 정서를 자극하기도 한다. '노들'은 한강 이남 지금의 노랑진 일대를 일컫는다. 작품이 설치된 장소는 버려진 선착장이었고, 인근은 주차가 되지 않는다.

달빛 노들 / 사진 제공 = 네임리스
미국 뉴욕을 경험한 나은중, 유소래 건축가에게 돌아온 한국은 상대적으로 기회의 땅이었으나 만만치는 않았다. 전원 대학도시 UC버클리에서 공부하고 사회와 문화 인프라스트럭처가 거대한 뉴욕으로 기반을 옮겼다. 건축가들에게 세계 경제의 심장이자 미술·건축·디자인 수도인 뉴욕은 건물 신축 기회가 없다.

2010년 한 해, 뉴욕을 기반으로 한 공모전에 열 번 응모를 했고, 이를 포트폴리오 삼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사무실이 따로 없었다. 작업은 스타벅스로 옮겨다니면서 했다. 2008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은 여전했고, 2010년 이란 핵문제로 인한 중동의 군사적 충돌 위험 증가, 2011년 규모 9.0 규모의 동일본 대지진 발생 등 세상은 유동적이거나 깨지기 쉬운 체제라는 인식에 와 닿았다.

Playcloud / 사진 제공 = 네임리스
2011년 뉴욕 건축가연맹에서 주는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플레이 클라우드. Playcloud'이다. 헬륨풍선을 하늘에 띄워 지붕을 만들고, 바닥에 묶인 끈을 기둥 삼아 바람이나 사람의 동작 등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실험적 건축물이다. 이 작품은, '깨지기 쉬운 세상' 속에서 유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개념이 명확했다. 건축의 구조적인 논리를 중력 반대 방향으로 작동시키는 게 기본 생각이었다.

한국에서의 첫 작품은, 경기도 남양주 별내 록원 교회(RW Concrete Church·2013)이다. 설계는 지역 주민들이 쉽게 찾고, 주위의 공원과 조화되며, 내부에 자연을 끌어들이며, 경건하며 기능성을 갖춘 교회를 짓는다는 4가지 건립 가치에 따른 것이었다.

건물은 노출콘크리트로 된 마감과 상당히 길게 뽑아낸 캔틸레버 구조의 매스를 특징으로 한다. 건물 설계에 십자가 디자인을 숨겼고 미니멀리즘을 표현하려고 했다.

록원 교회 / 사진 제공 = 네임리스
록원 교회는 주변이 무미건조한 황무지였다. 주변과의 관계성, 즉 콘텍스트(context)가 없는 상황에서 두 건축가는 단순한 물성과 교회의 상징성만을 내세우고자 했다. 포인트를 준 부분은 3층 예배당으로 오르는 계단실 창을 없앴고,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홀에 십자가 프레임의 큰 창을 내었다. 현재는 주위에 대형 복합극장이 들어섰고, 교회 건물에 첨탑도 올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앞마당에 전시했던 놀이를 기반으로 한 임시 건축물 '동그라미, 세모, 네모'(2013)는 볏짚단으로 만든 작품이다. 앞마당에 쌓인 수십 개의 짚단 위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재료는 짚과 직물이었다. 짚은 환경 친화적인 데다 적은 비용으로도 넓은 면적을 채울 수 있었다. 잔디 마당에 원과 삼각형, 사각형 모양으로 배치됐다. 짚단의 거친 윗면은 하얀 직물로 덮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 사진 제공 = 네임리스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은 2시간인데 사람들은 정작 잔디밭에서 더 오래 머문다는 데 착안했다."(유소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제안한 파빌리온 인디에어(In The Air·공기 중에서·2014)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장소는 빛이 투과되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했다. 크레인으로 나무를 옮기는 사진 한 장에 영감을 받아 나무를 공중에 띄우는 제안을 했고, 다양한 놀이가 가능한 그네와 같은 시설을 통해 사람들도 공중에 뜨도록 해 중력을 거스르는 행위로 가득한 파빌리온이었다.

'The Door'(2014)는 건축가의 문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에 설치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문이다. 건축가들은 목재로 틀을 만들고 종이로 덮은 동아시아의 전통 문이 안과 밖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는 점에 착안했다. 문은 건물의 입면 파사드와는 달리 실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실체'이다.

The Door / 사진 제공 = 네임리스
'보일 듯 말 듯한' 전통 문의 경계성을 재해석했다. 불투명한 실리콘을 이용해 창호지 느낌을 내려했고, 격자 나무 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문은 닫힌 상태에서도 빛과 실루엣이 전달되는 소통이 주제이다. 나은중은, "문은 사생활을 보호하고 비·바람을 막는 등 건축의 기본 요소"라며 "건축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문인 동시에 문 너머 공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반투명 에폭시로 만든 틀에 녹인 플라스틱을 부어 틀을 제작했다. 전통 문의 창호는 손끝에 침을 발라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점은 실리콘 막의 탄성으로 재해석했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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