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와온슈퍼/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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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은 순천만에 자리한 어촌마을 이름입니다.
보자기 한 장만 한 하늘에 노을이 찾아오면 하늘과 개펄 위에서 빛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가로등과 계단을 분양받은 이들이 와온 슈퍼에서 해물 라면 한 사발씩을 들이켤 때 행복했지요.
사랑도 꿈도 정의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와온의 이미지 또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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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슈퍼/권미강
순천에 가면 와온바다 품에 안은
작은 슈퍼 하나 있다
와온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꽃게로
꽃 같은 라면을 끓여 주는 곳
끓는 바다 그대로 떠다가
게의 홍조 드러내 세 장의 꽃잎으로 내준다
은빛 냉면 그릇에 담아 내놓은 와온의 라면은
세상을 볶은 것인지 더 구불거려
내장의 그것처럼 ‘훅’ 영양분을 다 빨아들인다
슈퍼급 바다맛 내주는 와온 슈퍼
펄펄 끓는 바다 한 그릇 뚝딱 해치우게 하는
이것이 와온의 맛이지
와온은 순천만에 자리한 어촌마을 이름입니다. 보자기 한 장만 한 하늘에 노을이 찾아오면 하늘과 개펄 위에서 빛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선착장에 16개의 가로등과 10개의 계단이 있습니다. 가로등과 계단에 번호를 붙이고 분양을 시작했지요. 서울에서 내려온 동무들과 철없는 시인, 소설가들이 기뻐하며 분양을 받았지요. 와온의 계단은 개펄을 향해 내려가지요. 낮은 곳에서 생의 진리를 꿈꾸는 철학적인 이들이 계단을 분양받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가로등과 계단을 분양받은 이들이 와온 슈퍼에서 해물 라면 한 사발씩을 들이켤 때 행복했지요. 스물몇 해 전 일입니다. 혹 와온에 오시거든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마세요. 사랑도 꿈도 정의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와온의 이미지 또한 그렇습니다.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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