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된 '혹부리'의 자전적 소설

최재봉 2021. 9. 1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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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사진)은 두어달 전 장성한 딸의 죽음을 다룬 '명상소설' <숨> 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가 새로 내놓은 청소년소설 <누나> 는 해방을 전후한 무렵 바닷가 마을 가메뚝을 무대로 삼았다.

송기원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바로 그 '혹부리'라고 밝힌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양순네가 자진(자살)하고, 또 양순이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다음에, 혼자 남아 작가가 된 혹부리"라는 언급 또한 그의 자전적 사실과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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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송기원 지음 l 백조 l 1만3000원

송기원(사진)은 두어달 전 장성한 딸의 죽음을 다룬 ‘명상소설’ <숨>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가 새로 내놓은 청소년소설 <누나>는 해방을 전후한 무렵 바닷가 마을 가메뚝을 무대로 삼았다. 열두살 소녀 양순이와 열살 소녀 끝순이 그리고 일곱살 소년 대복이가 세 주인공. 양순이는 만주로 돈을 벌러 떠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외갓집에 얹혀 사는 처지고, 무당 딸인데다 병으로 시력을 잃은 끝순이와 한센병 환자인 엄마와 단둘이 사는 대복이 역시 각자의 아픈 사연을 지닌 아이들이다. 그러나 앞이 안 보이는 끝순이는 그 덕분에 소리와 냄새로 세상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제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남들에게는 없는 마음의 눈이 생긴 것이다.

‘문둥이 자식’이라며 구박과 따돌림을 당하던 대복이는 양순이와 끝순이를 의지 삼아 버티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는 각설이패에 들어가 구걸을 다니는 신세가 된다. 어느 날 장터에서 양순이와 마주친 대복이가 하는 말에 소설의 주제가 들어 있다. “대장 삼촌은 각설이들이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약한 사람들 같지만, 진짜로는 세상에서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이 가장 강한 사람들이래. 왜냐하면 각설이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남한테 뺏길 것도 하나도 없기 때문이래.”

세 주인공 아이들과 함께, 엄마가 일본인이라서 ‘아이노꼬’(혼혈)라는 놀림을 받다가 정신병을 얻은 정님이, 육척 장신에 성질이 불 같아서 ‘아라사병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양순의 외할머니 훈장댁 같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소설의 흥미를 더한다.

만주에서 양복점을 했던 양순이 엄마는 해방 뒤 혼란통에 가까스로 재봉틀 하나를 챙겨 집으로 돌아오지만, 뱃속에는 마적 두목의 소산이 들어 있는 채였다. 주변에서 “뱃속에 든 혹부리”라며 낙태를 권유하는 말을 엿들은 양순이가 엄마에게 하는 말이 기특하다. “엄마, 혹부리라도 좋아. 내 동생을 없애지 마요. 엄마가 힘들면 내가 기를게.”

송기원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바로 그 ‘혹부리’라고 밝힌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양순네가 자진(자살)하고, 또 양순이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다음에, 혼자 남아 작가가 된 혹부리”라는 언급 또한 그의 자전적 사실과 부합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송기원이 자신의 출생 전사(前史)를 담은 일종의 자전적 소설로 읽을 수도 있겠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백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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