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탄생과 소멸에 얽힌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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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하늘을 보는 사람이면 관심이 갈 만한 책이 나왔다.
<지오포이트리> .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450쪽으로 압축했다. 지오포이트리>
(책의 기술방식과 달리 인간의 관점으로 각색한 것임) 고교에서 지구과학 과목을 배운 사람이면 줄거리를 꿴다.
지구 46억 년의 세월에서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함께 사랑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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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 관점에서 서술한 서사시
초대륙 아마시아..지구 종말까지
추리소설·오디세이 경험하는 느낌
지오포이트리
한 권으로 읽는 지구과학의 정수
좌용주 지음 l 이지북 l 3만5000원
가끔 하늘을 보는 사람이면 관심이 갈 만한 책이 나왔다. <지오포이트리>.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450쪽으로 압축했다. 지구가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어쩌면 은하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며, 인간이 문명을 이룩한 자연적 토대인 점에서 이 책은 생명체, 특히 포유동물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에 이르기까지를 지구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서사시라 하겠다.
명왕누대, 시생누대, 원생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라는 장. 캄브리아기, 석탄기, 쥐라기, 백악기, 제4기라는 절. 등장인물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 그 밖에 삼엽충, 암모나이트, 양치류, 공룡 등등.(책의 기술방식과 달리 인간의 관점으로 각색한 것임) 고교에서 지구과학 과목을 배운 사람이면 줄거리를 꿴다.
결말이 뻔한데 무슨 재미냐고? 나도 가끔 하늘을 보지만 썩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책장을 넘길수록 다음 쪽이 궁금해졌다. 결말을 미리 알려주며 이끌어가는 추리소설 또는 그리스 노천극장에서 연출자가 다른 오디세이를 경험하는 느낌. 변사로 고교 때 지구과학 선생님을 떠올린 것은 지은이가 경상대학교 지질과학과 교수이기 때문일 테다.
책이 일관되게 유지하는 틀은 지구의 탄생, 대기와 물의 형성, 지각의 형성과 대륙의 이동 등 지구의 물성 변화와 그것과 병행하는 생명의 단속적인 탄생과 진화, 소멸 등 2개의 축.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우는 기후의 변화. 지구와 생명의 얽힘을 유기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은 매우 인상적인데 도식적인 시대구분과 몇 가지 생명체의 이름으로써 기억하는 나의 지구과학관을 배반한다. 무엇보다 1950년대 이후 급속하게 발전한 방사선 연대측정, 분자생물학, 지질탐사 발굴 등의 성과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의 상당수가 2000년대 이후 성과물들이다. 그래서 별러온 의문점에 대한 답과 ‘아직 모른다’는 어구가 도처에 등장한다.
예컨대 고생대 페름기의 대멸종. 해양 무척추동물이 종 수준에서 96% 이상 사라졌다. 삼엽충도 이때 사라졌다. 직접원인은 용존 산소부족. 그 배경으로 시베리아에서의 대규모 화성활동을 든다. 당시 분출한 용암이 700만㎢를 덮었다. 이때 엄청난 석탄이 연소되며 생성된 검댕과 이산화탄소가 하늘을 덮었다. 짧은 한랭기와 긴 온난화. 암석풍화가 촉진돼 인을 비롯한 영양염이 바다로 유입됐다. 1차생산의 번성. 부산물과 사체의 분해에 산소가 소진되며 ‘해양무산소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육상동물도 타격을 받는데 한랭화, 산성비를 원인으로 친다. 화성활동 대신 암흑성운-태양계 충돌설도 있다.
여로의 끝, 기적 같은 인간의 번성. 온실가스를 지혜롭게 넘긴다 치고. 2억5000만년께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이 북상하고 북아메리카 대륙이 동진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하면서 초대륙 아마시아가 만들어진다. 10억년 뒤엔 해양의 질량 대부분이 맨틀로 섭쓸려 들어가 판구조 운동이 정지한다. 지구자기장이 함께 정지하며 우주의 고에너지입자가 지구로 쏟아진다. 지구의 종말.
지은이 말을 빌려 나도 한마디.
지구 46억 년의 세월에서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함께 사랑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임종업 뉴스토마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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