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발길 잡았던 '화순적벽'.. 터지는 감탄사 詩 한수 절로 [Weekend 레저]

조용철 2021. 9. 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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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창랑·물염적벽 등 7km에 걸쳐
김삿갓 등 시인묵객 찾아와 찬사 남겨
세량제·환산정, 잔잔한 풍경으로 힐링
대표 먹거리 '흑염소' 수육·탕 별미
노루목적벽, 물염적벽 등 7㎞에 이르는 전남 화순 적벽은 예부터 시인묵객이 찾던 명승지다. 한 여행객이 망향정에 걸터앉아 노루목적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물염적벽
흑염소 수육
【 화순(전남)=조용철 기자】 이름처럼 '화합과 순함'이 담겨 있는 전남 화순은 자연과 문화가 두루 어우러진 고장이다. 맑게 갠 하늘, 푸른 들판을 지나는 신선한 바람, 저녁 노을과 함께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순은 평화롭고 순박하며 정겹다. 화순은 지리적으로 산과 바다가 비교적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류가 다양하다. 덕분에 세간의 관심이 쉽게 닿지 않는 곳곳에 천혜의 비경이 숨어 있다. 화순은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과 섬진강이 흐르는 지역이지만, 전남에서 드물게 바다와 접하지 않은 고장이다. 능주군과 동복군이 통합되기 이전에는 지석천, 화순천, 동복천 이렇게 세 줄기 강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시인묵객이 앞다퉈 다녀간 화순적벽

화순군 이서면 창랑리, 보산리, 장항리 일대 7㎞에 걸쳐 있는 붉은 절벽을 화순적벽이라고 부른다. 노루목적벽,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을 통칭해서 화순적벽이라고 한다.

적벽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묘사화로 화순 동복으로 유배온 신재 최산두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마주하면서 마치 중국의 적벽에 버금간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후 담양 식영정의 주인이던 석천 임억령,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금산에서 전사한 제봉 고경명 등 유명한 선비들이 적벽을 찾았다. 석천 임억령은 적벽을 둘러본 뒤 '적벽동천(赤壁洞天)'이라고 찬사를 남겼다. 조선 후기 들어서면서 실학자 홍대용과 정약용도 부친과 함께 유람하면서 이곳을 찾았고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도 화순을 세 번이나 찾을 정도로 화순적벽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시인묵객이 많이 찾았던 화순적벽은 서민들의 피서지이자 휴식처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서민들은 화순적벽의 높은 절벽 위에서 짚불을 강으로 날리는 낙화놀이를 즐겼다. 인근 담양에서도 구경꾼들이 몰려들 정도로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이처럼 동복댐이 건설되기 전만 해도 여름철이면 피서객으로 북적였다. 그러나 지난 1985년 동복댐이 세워지면서 출입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동복댐이 들어서면서 적벽 일부를 비롯해 인근 15개 마을이 수몰됐다. 지난 2015년 다시 개방되면서 30년 만에 화순적벽과 감격스러운 상봉을 하게 된다. 30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으니 화순적벽과 함께 천혜의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화순적벽 가운데 최고 절경으로는 이서면의 노루목적벽을 꼽는다.

■물안개에 비친 햇빛이 장관인 세량제

미국의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 이름을 올린 세량제도 꼭 둘러볼 만한 곳이다. 세량리는 1395년 남양 홍씨가 처음으로 입향하면서 샘이 있는 마을 '새암골'로 불렸다. 샘에서 발원한 작은 물줄기가 세량제로 이어지면서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명소가 됐다.

새암골은 세월이 흐르면서 세양동이 됐다가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당시 세량리로 변경됐다. 앵무산과 분적산 사이의 조그마한 저수지는 세량지 또는 세량제로 자연스럽게 불리고 있다. 세량제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즈음 화순군이 여기에 공원묘지를 조성하려고 하자 온라인에서 공원묘지 조성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부터다.

세량제는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햇빛이 비추면 호수에 담겨진 풍경이 멋들어진다. 삼나무와 신록이 그려낸 세량제의 고요한 아침 풍경은 낭만적이다. 뾰족하게 서 있는 삼나무가 고요한 물에 투영된 풍경은 마치 북유럽의 어느 호숫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줄 정도로 이국적이다.

세량제 주변 산등성이의 대형 송전탑과 전깃줄이 멋진 풍경에 방해 되긴 하지만 삼나무와 호수가 빚어내는 풍경은 독특한 풍광을 제공한다. 경북 청송 주산지와 비견되는 세량제는 아름답기로는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산벚꽃 필 때면 세량제로 들어가는 고샅길에는 수백명의 사진작가들이 비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제방 위에 늘어선 풍경 자체가 볼거리다.

화순군의 젖줄은 화순천이다. 화순천 지류 중 하나인 동천에 세량제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저수지가 있다. 지도에서 화순군청 동쪽 가까이 자리한 큰 호수여서 눈길을 끄는 서성제다. 서성제는 어종이 풍부해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호수로 뻗은 좁은 길을 지나면 환산정이 나온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백천 류함 선생이 통곡하며 은거하려고 세운 정자다. 당시 정자는 단칸 초가였다. 그러나 호수의 습기로 인해 구조목이 부식되자 화순군과 문화 류씨 화순종친회가 나서서 2010년 보수한 뒤 중건했다. 지금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진퇴를 둔 남향의 평면 형식으로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정자처럼 서성제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화순의 대표 블랙 푸드, 흑염소

화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단연 흑염소를 꼽을 수 있다. 이 지역 흑염소 법인농장 등에선 사람 몸에 좋을 기능성 염소를 키운다. 예로부터 흑염소는 남자의 양기를 보충해 주고 여자의 허약함을 채워주는 명약으로 유명하다. 염소 고기는 소나 돼지에 비해 소화도 잘되고 연하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걱정도 덜어준다. '동의보감' 등에선 동맥경화, 고혈압, 신경통,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화순에서는 흑염소를 수육과 탕, 불고기 등으로 조리해 손님상에 올린다. 흑염소 수육은 특유의 잡내도 거의 없고 육질이 부드럽다. 수육과 함께 살짝 쪄낸 부추와 들깨양념장, 방풍, 된장 등을 함께 먹어야 제맛이 난다. 가마솥에 흑염소 사골을 24시간 이상 끓인 육수를 쓰는 탕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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