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스팸보다 좋은 선물

정재훈 약사·'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2021. 9.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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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스팸 소비량에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내 주변에도 스팸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 스팸은 다른 나라에서 팔리는 것과 비교해 맛과 품질이 좋다. 돼지고기 함량도 92.44%로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스팸의 인기를 다들 스팸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스팸의 60%는 명절에 팔린다. 영국 BBC, 미국 뉴욕타임스 같은 외신에서 스팸을 선물하는 신기한 현상에 대해 뉴스로 다루기도 했다.

일러스트=김도원

스팸 외에 선물세트로 많이 주고받는 음식으로는 식용유와 참치캔이 있다. 스팸을 선물하는 이유는 이들 중 참치캔을 선물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짭짤하고 기름진 맛으로 밥에 곁들여 먹기 쉽다. 실제로 제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는 밥반찬에서 요리 재료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스팸이나 참치캔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집에 두고 있다 보면 언젠가 먹을 날이 온다. 2만~3만원 정도 선물세트로 비용 부담이 적고 무게감이 있다. 명절 때 거래처에 선물하기 딱 적당하다.

하지만 모두가 스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팸의 60%가 명절에 팔린다. 좋아하는 정도에 비해 너무 많은 스팸이 들어올 수 있고 자칫하면 다음 명절 때까지 소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명절이 지나면 스팸 선물세트가 당근마켓에 많이 나온다. 지난 몇 년간 스팸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찬장에 스팸이 남아있는 가구 수도 상당할 거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올해는 스팸 대신 뭔가 다른 선물을 해볼 타이밍인 것이다.

그렇다면 책이다. 책은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한 줄이든 한 페이지든 읽는다. 안 읽으면 표지라도 본다. 받는 사람의 취향에 안 맞으면 어쩌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내 돈 주고 사서도 안 보는 게 책이다. 2015년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선물하는 사람이 만족감을 느낄 때는, 받는 사람의 선호만 고려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성향을 부분적으로 드러내는 선물을 전달할 때이다. 게다가 그런 선물에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더 친밀하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책, 책을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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