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나 쏟아진 비엔날레.. 난감한 관객, 어디로 가야하나
미술 축제, 변화 꾀해야
격년제 국제 미술 축제, 비엔날레(biennale)가 올해 하반기에만 전국적으로 11개<표>나 쏟아진다. 매번 ‘난립’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연기된 행사까지 몰려 우후죽순이다.
감염병 여파로 3년 만에 열리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그래서 대중문화와의 접점을 적극 공략했다. 비엔날레 홍수에도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쓸쓸히 폐막하곤 하는 미술계의 현실을 타개하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스웨덴 신인 6인조 K팝 그룹 ‘CUT’의 첫 뮤직비디오가 전시장에 걸린 맥락도 이와 같다. “K팝에서 영감을 받아” 싱가포르 작가 밍웡이 올해 스톡홀름 왕립예술학교 학생들과 기획한 프로젝트 팀으로 “K팝이 미국의 엔싱크(N Sync) 같은 그룹에서 영감을 얻어 독창적인 결과를 냈듯, 우리(CUT)가 BTS 같은 K팝 가수로부터 그렇게 했듯, 세계 각지의 서로에게 뭔가를 빌려와 새로운 걸 만든다”는 탈국적 가치를 조명한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관람객 친화성을 넓히기 위해 대중문화 상상력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가상의 3인조 밴드를 꾸린 필리핀 안무가 아이사 혹슨이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에 기반한 음악·춤으로 사회의 혼란상을 드러내는 뮤직비디오가 함께 전시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K팝이라는 뜨거운 대중문화를 매개로 생소한 미술 언어의 장벽을 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특성상, 주제는 치유와 회복으로 쏠리는 양상이다. ‘따스한 재생’을 주제로 내건 강원국제트리엔날레는 폐교 운동장에 정태규 작가가 폐자재를 활용해 지은 ‘건축형 카페 파빌리온’에서 장터 국수 등을 파는 방식으로 메시지와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생의 도구’를 표어로 인도네시아 작가 물야나가 손뜨개로 만든 오염 이전의 거대한 심해 풍경을 제시한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감염병 진단의 척도가 된 정상 체온(’37.5도 아래’)을 콘셉트 삼아 대구동산병원과 청라언덕 일대 건물을 대형 사진으로 뒤덮는(사진가 장용근) 볼거리를 선보인다.
쏟아지는 비엔날레, 그러나 무용론(無用論)도 비등하다. 담론만 거창할 뿐 상투적 큐레이션과 아전인수식 해석 과잉으로 피로감만 양산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당초 비엔날레 취지는 비상업적 실험성과 젊은 예술가 발굴이었지만, 점차 지자체 홍보를 위한 지역 축제 성격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술계를 뒤흔드는 파격 없이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혈세 낭비와 환경 파괴 등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4년부터 비엔날레 평가를 시작했지만, 관람객 만족도 등을 종합한 결과 지금껏 1등급을 받은 비엔날레 행사는 전무하다.
전남수묵비엔날레는 지난해 특별전 당시 불거진 작품 훼손 분쟁으로 참여 작가와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고, 내년 예정된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벌써부터 예술감독이 해임되고 이에 대한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등 내홍도 끊이지 않는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양적 팽창과 내실의 괴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비엔날레 개최가 지자체의 성과처럼 여겨지게 된 탓에 규모 축소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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