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뛰어넘은 美경제성장률, 비결은 '팬데믹 부스트'
미국의 올해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2%에 달했다. 중국의 7.9%보다 4.3%p나 앞섰다. 미국 경제가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한 건 지난해 1분기를 포함, 40여 년만의 일이다. 통상 선진국일수록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미국도 한때 경제성장률이 연 1~2%에 머물면서 연간 10%를 넘나드는 중국과 비교 자체가 힘들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성장률의 중국 추월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발 빠른 백신 보급과 GDP의 10%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책, 제로 금리와 채권 매입 확대 등 신종 코로나 사태(팬데믹) 대응책 덕분이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중의 경제성장세 역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경제성장률은 5분기 연속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영국의 시장조사 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역시 “미-중 역전 현상이 3분기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근거가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개선을 뜻하는 ‘총요소생산성(TFP·키워드)’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연구기관 콘퍼런스 보드(CB)가 추정한 미국의 TFP 성장률 추정치는 2.3%다. 이는 중국(0.2%)의 11.5배, 전 세계(0.3%)의 7.7배에 달한다. 이들은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비대면 확산을 위해 시도된 각종 디지털 투자가 미국 경제의 구조적 효율성을 끌어올렸다”면서 “이것이 미국 경제성장률의 지속적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선진국 생산성 급증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올해 TFP 성장률 추정치는 1.8%에 달한다. 중국의 9배, 전 세계의 6배에 달한다. IMF(국제통화기금)와 CB는 이러한 차이를 근거로 “(중국 등 개발도상국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더 빠른 생산성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팬데믹으로 이뤄진 디지털 투자가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팬데믹을 통한 비대면으로의 ‘긴급한 전환’이, 그동안 선진국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대대적인 디지털 투자를 가능케 했고, 이를 통해 기업과 사회 전반의 효율성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OECD 분석에서도 미국·캐나다·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주요 7국(G7)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팬데믹 이후 모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기술 수용도가 높아졌고, 클라우드(가상 서버)·5G(5세대 이동통신)·로봇(자동화) 같은 관련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개발도 활성화되면서 산업 곳곳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IMF는 “원격 근무와 전자상거래 등 무형자본(디지털 기술)에 투자를 10% 늘리면 노동생산성은 약 4% 늘어나는 등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아타만 오질디림 CB 선임이사는 “최근 나타나는 TFP 성장률 상승은 지난 10년 동안의 (경제성장) 추세를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디지털 덕 못 보는 ‘디지털 강국’도
하지만 예외는 항상 있는 법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이 그중 하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낸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는 높은 디지털 잠재력에도 생산성 둔화가 지속하는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속도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모바일 네트워크 중 5G 비율 등 여러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이에 기반한 생산성 증가 속도는 점점 떨어진다는 의미다.
OECD의 국가별 노동생산성 증가율 전망치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위 9개 OECD 국가 중 유독 한국만 GDP 기준 노동생산성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팬데믹 이전 3년간(2016년 4분기~2019년 4분기) 5.6% 성장했지만, 그 이후 3년간(2019년 4분기~2022년 4분기) 이 수치는 4%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6.7%에 달하면서 팬데믹 이전(3.3%)의 두 배 이상이 되는 것과 비교된다.
대통령까지 “IT(정보기술) 강국”이라고 자랑한 한국에서 이런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정선영 부연구위원은 “경제구조가 여전히 (기계와 설비 등) 기존 유형자산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 혁신의 생산성 개선 효과를 제약하고 있다”고 했다. 즉 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연구개발(R&D)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중요해졌으며, 기업의 인적 자본과 조직 구조가 여기에 맞춰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무형자산 투자 중 인적·조직 자본에 대한 투자 비율은 50.6%로 절반을 넘어서는 데 반해 한국은 27.1%에 불과하다. 기술 혁신 못지않게, 이 기술을 받아들여 활용할 인재 육성과 조직 구성에 더 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총요소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
생산량 증가분에서 노동과 자본 투입량에 따른 증가분을 제외한 나머지다.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 효율성 지표로 쓰인다. 노동자의 업무 능력부터 기술력, 노사 관계, 경영 체제 등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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