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열풍 탄 '유럽 야간열차'.. 승객 1명당 탄소배출, 비행기가 기차의 20배
오스트리아 국영 철도 외베베(ÖBB)는 올 들어 야간열차 ‘나이트젯’의 노선을 계속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수도 빈에서 출발,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향하는 노선을 추가했고, 연말엔 빈과 프랑스 파리를 연결하는 노선을 개통한다. ÖBB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국영 철도 기업 SNCF도 최근 파리~니스 노선의 야간열차 ‘앵테르시테 드뉘(Intercités de Nuit)’를 개통했고, 독일 민간 철도 RDC도이칠란트가 운영하는 ‘알펜-쥘트 나흐트익스프레스(ALPEN-SYLT Nachtexpress)’ 역시 북해 지역과 알프스를 연결하는 야간 노선을 추가했다. 1990년대 저가 항공사의 부상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달리던 유럽의 야간열차가 부활한 것이다.
야간열차 부활 배경엔 ‘기후변화 대응’이란 이슈가 있다. 비행기 대신 열차를 타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여론이 높아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뤼그스캄(Flygskam)’ 운동이다. ‘비행기 여행을 부끄럽게 여긴다(flight shame)’는 의미로, 스웨덴 가수 스타판 린베리가 2017년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비행기를 타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유럽환경청 조사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 이동하는 데 비행기는 탄소 285g을 배출한다. 이는 기차(14g)의 20배, 버스(68g)의 4배에 달한다. 결국 역내 단거리 비행이 환경 파괴를 가속한다는 인식이 유럽 사회에 퍼지면서, 주변국을 여행하는 수단으로 야간열차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EU(유럽연합)은 올해를 ‘유럽 철도의 해’로 정하는 등 범국가 차원에서 기차를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밀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난 4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의 모든 국내선 비행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하원)를 통과했을 정도다. EU는 지난 2019년 말 탄소 중립 정책 ‘그린딜’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운송 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90% 감축하는 걸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유럽 전역에 걸친 통합 철도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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