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까지 IT 공룡 독무대 되나

신수지 기자 2021. 9.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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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 #mint

카카오뱅크 상장일인 지난달 6일 아침, 주식 거래 앱 화면의 ‘예상체결가’를 지켜보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회사 주식을 팔아야 할지, 아니면 계속 갖고 있어야 할지 말이죠. 공모주 청약 신청을 할 때만 해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로 형성되고 상한가)’의 꿈을 갖고 있었지만, 공모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가 리포트까지 나오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에이, 그래도 ‘카카오’인데 공모가를 밑돌겠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떨어지는 예상 시초가를 보니 손이 근질근질해졌습니다. 결국 9시 ‘땡’ 하자마자 시초가에 전부 팔았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뼈저린 후회를 했습니다. ‘따상’은 못 했지만 이날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대비 상한가를 기록하며 금융 대장주로 올라섰습니다.

공모주 상장 첫날에는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사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정반대로 외국인 순매수 1위, 개인 순매도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는 상장 직전까지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4배 수준인 시중 상장은행과 비교해 PBR이 3배가 넘는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겁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를 단순한 은행이 아닌 ‘금융 플랫폼’으로 보고 이 회사 주식을 쓸어 담았습니다. 카카오톡의 시장 독점력을 높이 본 겁니다. 카카오뱅크의 화려한 증시 데뷔는 달라진 핀테크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다음 달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100만명에 달하는 토스가 인터넷 은행 시장에 진출합니다. 이미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 등 대형 IT(정보 기술)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지금 시중은행들이 펼치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전략만으로는 IT 공룡들을 이기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 시장마저 IT 공룡들의 독무대가 되지 않도록 시중은행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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