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력은 GDP 아닌 자산으로 판단.. 러시아 GDP 낮지만 자산은 많아
2020년 기준 한국의 명목 GDP는 1조6000억달러 정도로 세계 9위권으로 추정된다. 2019년엔 이 순위가 12위였는데, 다시 10위권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나라 정부나 언론은 이런 식으로 GDP 규모가 어떤 순위에 들어가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GDP는 국력을 말하는 것이고, 한국의 GDP가 세계 10위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력이 진정한 세계 10위권인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 어떤 사람이 부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일정 기간에 얼마를 버는지를 따지는 ‘소득’이다. 예컨대 연봉이 1억원이 넘으면 부자, 2000만원이면 서민 축에 든다고 하는 식이다. 또 다른 기준은 보유한 ‘재산(자산)’이다. 통장에 예금 20억원이 있거나 그 정도 가격의 아파트가 있으면 부자, 5000만원 전세를 살면서 예금된 돈이 없으면 서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소득과 재산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연봉 1억원에 5000만원 전셋집에 사는 사람과, 연봉 3000만원에 자산 20억원을 가진 사람 중에서 누가 진짜 부자일까?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히 자산 20억원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즉, 경제력의 기준은 소득보다 재산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과도 연관된다. 이른바 PER(주가 대비 수익비율)과 PBR(주가 대비 순자산비율)이다. PER은 기업의 소득(이익)을 기준으로, PBR은 기업의 자산을 기준으로 한 지표다. 기업이 적자를 봐도 자산이 많으면 오래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아무리 흑자여도 가진 자산이 없으면 기업 환경이 변화할 때 바로 경영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이익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저PER주라는 이유만으로 주식 투자를 하면 곤란한 이유다.
다시 GDP로 돌아가 보자. GDP는 한 국가 경제가 1년간 얼마의 소득을 달성했는가를 측정하는 지표다. 즉 소득이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GDP는 한국보다 순위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이 러시아보다 경제적 강국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러시아의 GDP는 한국보다 낮지만, 국가 재산은 한국보다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각국의 GDP에 대한 통계는 있지만, 각국의 재산 규모에 대한 신뢰성 있는 지표는 없다는 것이다. 재산 측정에는 워낙 다양한 변수가 개입하고,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기에 정확한 지표가 개발되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 GDP만 가지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GDP만으로는 그 나라의 진짜 경제력, 국력을 파악할 수 없다. GDP만 이야기하는 것은 자료의 한계상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소득만 보는 GDP의 한계를 잘 알아야 한다. 최소한 한국의 GDP 순위를 보고, 그것이 한국의 경제력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이건 연봉만 보고 그 사람의 경제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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