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나땡','역선택' 폄하 당하던 홍준표, 이제는 전문가들도 "심상찮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경선 레이스에서 파란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레이스 초반 '홍나땡'(홍준표 나오면 땡큐), '역선택' 등 각종 조롱의 대상이던 홍 의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정치권의 전문가들조차 "심상치 않다"며 재평가하고 있다. 이제는 추석 전후 골든 크로스를 장담하던 홍 의원의 주장이 현실화될지, 야권을 넘어 정치권 전체가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는 모습이다.
◇재평가되는 '대선 경험'과 무시 못 할 '정치 내공'
홍 의원은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시작했으나 돌풍을 일으키더니 득표에서는 25%를 기록했다. 한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넘어서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한 결과였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사람들에게 잊혀졌으나, 총선에서 황교안 체제의 미래통합당이 역대급 패배를 기록하며 무너졌고, 기대를 모았던 '탈문 정치신인'(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다가 대선후보로 직행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 부총리)마저 삐걱대며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홍 의원이 여기까지 오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여권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비교되며 '역선택의 아이콘'으로 지목됐고, 이로 인해 보수층 일각에서는 홍 의원을 향한 비아냥도 나왔다. 하지만 홍 의원은 굴하지 않고 지난 대선처럼 본인의 행보에 집중했다.
특히 홍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을 철저히 복기한 듯 장점은 살리는 한편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단순·직관적인 방향으로 전면 수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카콜라'로 요약되는 '사이다 발언'은 계속 이어가면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지세 결집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끌어안았던 이른바 '태극기 부대' 이미지는 빨간 넥타이 대신 파란 넥타이를 선택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벗어던졌다. 대선 경험과 이 과정에서 쌓은 정치 내공이 홍 의원 돌풍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역선택' 조롱 나오던 야권, 최근 '무야홍' 오히려 반기는 까닭은?
홍 의원이 돌풍을 이어가면서 초반 '역선택'을 언급하던 정치권 관계자들도 최근에는 홍 의원을 진지하게 야권 후보로 고민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특히 이들은 홍 의원이 야권 경선에 흥행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이 국민의힘이나 정권교체에는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당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확 뜨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좀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이 전 대표의 부진 속에 이재명 대세론으로 굳어가는 상황에서 야권에 대한 기대감이 '재점화'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야권에서 당초 '윤석열 대세론' 속 최 전 원장이 등판하면 이후에는 두 사람이 1·2위를 놓고 겨루며 '흥행 보증수표'들이 될 것으로 보았으나, 정작 최 전 원장이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야권 또한 윤 전 총장 대세론 속 야권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꺼져가던 찰나여서 홍 의원이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경선 룰을 갖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약간의 소위 역선택의 가능성도 보이고 그러다 보니 홍 의원에 대한 지지가 두드러지게 나오는 상황"이라며 "특히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는 사이다를 느낄 수 있다. 이재명과 홍준표는 같은 부류의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추석 전후 골든크로스, 아직까지 '키'는 윤석열 손에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앞서나가면서 역전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의 약세가 '기대감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에 있고 아직까지는 홍 의원에 앞서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이른 시기에 방향타를 잘 잡아나갈 경우 지지율 반등을 이룰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인 윤 전 총장이 예를 들어 경선 룰을 유리·불리로 어정쩡하게 계산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면 기대감과는 다른 행태로 비칠 수 있다"며 "무엇이 이익이냐를 따지지 않는, 다른 후보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의원 입장에서 이재명과 양자구도를 세우는 데 성공한다면 자력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비주류였고 △과거 발언들이 논란이 됐고 △'스트롱맨'을 표방하는 등 여러 군데에서 닮은 두 사람의 양자대결구도에 관심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보다 홍 의원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홍 의원에 기대를 거는 유권자들의 경우 다른 후보로는 이 지사의 '맞수'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함께 펴고 있다.
홍준표 캠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홍준표 캠프의 한 관계자는 향후 홍 의원의 플랜에 대해 "우선 이재명 대 홍준표 구도로 가는 행보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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