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갯마을'로 돌아온 '홍반장' 따뜻함 더하고, 불편함 덜어냈다 [TV와치]
[뉴스엔 박정민 기자]
따뜻함은 더하고, 불편함은 덜었다.
영화 '홍반장' 리메이크작 '갯마을 차차차'가 원작과 비슷한 듯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 마음을 춤추게 하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극본 신하은/연출 유제원)은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일명 '홍반장'으로 불리는 만능 백수 홍두식(김선호 분)이 짠내 사람내음 가득한 바다마을 공진에서 벌이는 티키타카 힐링 로맨스다. 지난 2004년 개봉했던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가 원작이다. 17년 만에 대중에게 돌아온 '홍반장'은 좀 더 따뜻해지고, 불편한 부분은 줄어들었다.
'갯마을 차차차'는 영화 '홍반장'의 큰 뼈대를 유지하며 원작 묘미를 살렸다. 주인공 이름도 그대로다. 혜진이 원래 다니던 치과에서 과잉진료를 거부하고 바다마을에 정착하는 스토리도 똑같다. 홍반장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라는 부연 설명처럼 마을 곳곳에 영향력을 미친다.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홍반장은 때로는 정육점 사장도 되고, 때로는 부동산 중개사가 된다. 혜진이 마을에 좀 더 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착실히 수행한다. 많은 화제를 모았던 4회 속 홍반장과 혜진이 와인을 마시는 신도 원작에서 가져온 장면이다.
거의 20년 전 작품이다 보니 현재에서 보면 불편할 수 있는 대사들이 있다. 이를 덜어내면서, 영화 속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녹인 각색도 눈에 띈다. 원작에서는 혜진이 성추행을 당하는 부분이 두 번 나온다. 해당 신이 혜진과 홍반장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기 때문에 그대로 살렸다. 그대신 횟수는 과감하게 한 번으로 줄였고, 혜진 대신 미선이 추행을 당하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남자들이 혜진에게 내뱉는 혐오 어린 시선도 최소화했다.
영화에서 홍반장이 윤혜진의 운동복 차림을 지적하는 신은 할머니들이 혜진의 레깅스 차림을 불편해하는 모습으로 대체됐다. 또 "그냥 운동복이다. 요즘 그렇게 많이 입는다"라는 두식의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을 짚고 넘어갔다.
108분 러닝타임 영화를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서 이야기도 좀 더 풍성해졌다. 바라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는 정 많은 공진 마을 사람들의 서사를 덧붙여 따뜻한 힐링 매력을 더한 것. 환상의 티키타카 케미를 자랑하는 할머니 3인방 박숙자(신신애 분), 이맏이(이용이 분), 김감리(김영옥 분)을 비롯해 친구인 표미선(공민정 분)과 최은철(강형석 분)의 로맨스도 원작엔 없던 이야기다. 이혼 후에도 지독하게 얽혀있는 여화정(이봉련)-장영국(인교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순수한 아이들 오주리(김민서 분), 장이준(기은유 분), 최보라(고도연 분)는 바라만 봐도 미소 짓게 만든다. 공진은 가상의 마을이지만, 복작복작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공진이라는 마을이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로맨스 전개 속도가 영화보다 빠르다는 점, 혜진의 첫사랑 지성현(이상이 분)이 등장하는 것 또한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같은 역할을 다른 배우가 맡게 되면서 주인공 이미지에도 변주가 생겼다. 고 김주혁이 연기한 홍반장이 묵직한 느낌을 줬다면 김선호가 그리는 홍반장은 조금 더 밝고 친근한 느낌이 더해졌다. 엄정화의 윤혜진이 새침한 서울깍쟁이 그 자체였다면 신민아의 윤혜진은 사랑스러움이 조금 더 가미됐다. 원작이 있는 터라 고민이 컸을 법하지만 신민아와 김선호는 자신의 느낌을 찾았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비주얼 케미까지 더해지며 '갯마을 차차차'는 새로운 매력을 덧댄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영화에서 미스터리로 남았던 홍반장 정체가 드라마에선 어떻게 풀릴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홍반장이 마을을 떠나있던 공백이 존재한다. 영화에서는 홍반장의 공백을 두고 간첩이었다는 둥, 한미정상회담 동시통역을 했다는 둥 '카더라'만 소개할 뿐 정확한 과거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홍반장이 서울에서 정신과를 방문하는 듯한 모습이 잠깐 등장했다. 해당 신이 홍반장 과거에 대한 복선인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상황. 영화처럼 그의 과거를 공백으로 둘지 아니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편 '갯마을 차차차'는 4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8.7%(닐슨코리아 제공, 전국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7일 CJ ENM이 발표한 8월 넷째 주(23~29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 집계에서 CPI 지수는 237.9를 기록, 전주보다 41계단 오른 6위에 안착했다.
(사진=tvN 제공. 영화 '홍반장' 포스터)
뉴스엔 박정민 o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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