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백신 오접종' 사고..대처방법은? [뉴스+]

박지원 2021. 9. 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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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기준 오접종 1386건.. 9월 들어 거의 매일 발생
전문가들 "이상 반응 아직 없어 과도한 불안 불필요
유효기간 엄격히 설정돼 조금 지났어도 문제 없을 듯"
용량 사고 경우엔 위험할 수 있어 밀착관리 필요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다음 주에 백신을 맞는데 오접종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 불안합니다. 오접종 부작용 가능성이 0.001%뿐이라고 해도 그게 나한테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큰일이잖아요.”

오는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을 예정인 직장인 이모(29)씨는 접종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잇단 오접종으로 인한 불신까지 더해지고 있는 탓이다. 이씨는 “가족들도 백신 맞으러 가면 백신 종류를 꼭 확인하고 유효기간도 한 번 더 확인해달라고 부탁하라며 같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오접종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며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청장년층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0대 이하 연령층을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이 진행 중인만큼 접종 횟수에 비하면 오접종 비율이 높지 않지만, 잇단 오접종이 백신이나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척·대구·구리… 연이은 오접종 사례에 불안감↑

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6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백신 오접종 사례는 1386건으로 조사됐다.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사용하거나 허용되지 않은 교차 접종을 시행한 ‘백신 종류 및 보관 오류’가 806건, 접종 용량 오류가 282건 등이다.

9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접종을 마치고 간 게시판에 관찰 대기 시간 스티커가 붙어 있다. 뉴시스
전날 경기도 구리시의 한 병원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 사이 105명에게 냉장 유효기간이 1∼4일 지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사고가 있었다. 하루 전인 지난 7일에는 대구의 한 병원에서 냉장 유효기간이 1∼2일 지난 화이자 백신을 61명에게 접종했다. 같은 날 강원도 삼척시에서도 유효기간이 8일 정도 지난 백신을 13명에게 접종한 사고가 있었다. 지난 6일에는 평택 성모병원에서 104명에게 유효기간이 하루 지난 백신을 접종한 사실이 알려졌고, 고려대서울구로병원에서 지난달 26∼27일 유효기간이 임박했거나 지난 백신을 140여명에게 접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과 인천 계양구 등에서도 오접종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는 오접종자 사후관리와 의료진 교육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대책이 무색하게 사고가 이어지며 불안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이상 반응 아직 없어… 효과성 검사는 필요”

다행히 아직 오접종자들에게서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6일 0시 기준 추진단에 보고된 오접종으로 이한 이상 반응 사례는 없었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오접종 이상 반응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오접종 자체가 일어나선 안 될 사건은 맞지만, 접종 규모로 봐서는 오접종 발생률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고 이상 반응이 증가했다는 데이터도 아직은 없다”며 “유효 성분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만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가 화두로 떠오르는 9일 서울시내 한 상가에 백신 접종 후에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오접종 발생 시 충분한 여유를 갖고 지속적으로 부작용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항체 형성 등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돼 유효기간도 다소 엄격하게 정해진 경향이 있어 하루, 이틀 혹은 일주일 정도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인체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쨌든 오접종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상 증상이 의심될 경우 곧장 보고하고 당국은 이들을 면밀히 지켜보며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항체 형성 등 백신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유효기간 초과 백신에 대한 안정성 검사를 실시해 효과가 떨어지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한 후 발표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과다용량 투여 오접종의 경우엔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천 교수는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 5배의 용량을 투여하는 등 과다용량 사고가 날 경우 매우 큰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어 위험이 크다. 그래서 이 경우 입원 관찰을 하게 되는데 반드시 장기간에 걸쳐 다방면으로 이상 반응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접종시 백신 종류 확인, 오접종시 최소 3∼4일간 경과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건수에 비하면 오접종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오접종 자체가 일어나선 안 될 일인만큼 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교수는 “예약과 접종 과정 등에 변동이 심한 자체가 의료기관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의료기관이 안정되게 백신 관리와 접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가능한 의료기관마다 백신 유효기간 관리자를 따로 둬야 하고 라벨링 등으로 관리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백신 관리에 관해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더불어 피접종자들도 인적사항과 본인이 맞을 백신의 종류 등 접종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본인이 오접종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가능한 휴가를 내고 최소 3∼4일이라도 경과를 지켜보는 편이 좋고 평소 면역력이 약한 분들이라면 더 길게 경과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현재 개인병원 등에는 최소잔여형(LSD) 주사기가 충분히 배부되지 않아 바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일반 주사기로 접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과다용량 투여 오접종 실수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며 “정부가 LSD 주사기 배부를 늘려 용량사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접종을 받고 모니터링 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추진단 “부작용 발생 시 보상… 재접종, 전문가 심의 후 결정” 

오접종 후 이상 반응 발생 시 정부에 이상 반응 신고 및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이상 반응이 있을 경우 다른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보상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상 반응이 발생하지 않은 오접종 대상자들에게 국가 차원의 보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효기간 초과 백신의 재접종 여부는 전문가 심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 심의위원회를 통해 냉장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성에 대한 심의를 거친 후 재접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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